[업적평가제 정착 달라진 교수사회] 인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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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학사회가 달라지고 있다.

교수 업적 평가제가 정착한 결과다.

재임용.승진뿐 아니라 연봉책정.연구비 배분에도 기준이 되고 있다.

업적은 연구.교육.사회봉사로 나눠 평가하지만 특히 비중이 높은 것은 연구분야다.

날로 강화되는 연구평가기준은 교수들을 학술지, 공연장에 매달리게 하고 있다.

업적 평가제의 현황과 교수들의 달라진 활동 등을 인문.이공계.예능 분야로 나눠 점검한다.

수도권 K대 김모(44.역사학)교수는 요즘 고민에 빠져있다.

교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틀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학술지에 논문을 한 편도 발표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게다가 과제물을 많이 요구해 학생들에게 인기도 없다.

부교수 승진에 영향을 줄 것 같아 좌불안석이다.

"제대로 된 논문은 한 해에 한편 쓰기도 어렵습니다. 기초 인문학 분야의 특성상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지요. " 김교수의 말이다.

연세대.아주대 등에서는 최소 승진연한인 4년을 다 채우지 않고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승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업적이 뛰어난 덕분이다.

반면에 지난 해 이화여대 A교수는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해 학교를 떠났다.

외국저널에 실은 논문 수가 적고 학생들이 강의를 나쁘게 평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대구효성가톨릭대는 지난해부터 교수평가 결과에 따라 상여금을 80~1백20% 차등지급 한다.

계명대는 교수들의 업적을 5등급으로 나눠 연봉을 주고 있어 교수에 따라 최고 6백만원~7백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교수 업적평가제가 강화되자 인문학 교수들은 학회지나 학술전문지에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구실적 점수의 비중이 큰 데다 기준도 점점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는 학술대회에서 논문발표만 하면 점수를 주었으나 지난해 7월부터는 학회지에 논문이 게재돼야 실적으로 인정키로 했다.

아주대 역시 올해부터는 교내 학회지에 싣는 논문은 업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주요 학회를 중심으로 논문이 몰리고 있다.

한글학회의 경우 지난해에 제출된 논문 수가 그 전해의 두 배가 넘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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