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형만(1945~ ) '석양' 전문
바닷가 횟집 유리창 너머
하루의 노동을 마친 태양이
키 작은 소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잠시 쉬고 있다
그 모습을 본 한 사람이
'솔광이다!'
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좌중은 박장대소가 터졌다
더는 늙지 말자고
'이대로!'를 외치며 부딪치는
술잔 몇 순배 돈 후
다시 쳐다본 그 자리
키 작은 소나무도 벌겋게 취해 있었다
바닷물도 눈자위가 볼그족족했다.
바닷가 횟집에 앉아 저녁해를 보는 모습은 어쩐지 슬프다. 그 정경 넘기면 공(空) 일까? 황혼 민박집 같은 공허한 웃음소리가 이승의 살아있는 웃음소리 같지 않다. 시를 쓰는 이유도 이 허무로부터 탈출하는 존재방식이 아닐까. 요즘 어버이날에 효도 선물로 받고 싶다는 부모의 '성형수술'은 이 공허한 웃음소리를 메우는 원초적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송수권<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