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만화 비디오에 성인영화 예고편 끼어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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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세와 4세 남매를 둔 주부다. 우리 아이들도 다른 집 애들과 다름없이 만화영화라면 사족을 못쓴다. 며칠 전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가 비디오물로 나왔다. 빌려달라는 아이들 성화에 비디오를 대여, 틀어주었는데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린이용 비디오가 분명한 테이프 앞부분에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인 영화의 예고편이 끼어 있었던 것이다. 황급히 테이프를 돌려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았지만 아찔한 심정과 함께 매우 화가 났다.

그래서 제작사인 S사의 마케팅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담당자는 처음엔 내용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거듭되는 내 질문에 결국 "제작상의 실수" 라고 변명하면서 "비디오 대여 고객이 이렇게 직접 전화를 건 경우는 처음" 이라고 엉뚱한 말만 했다.

제작상의 실수라고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가 빌린 만화영화 비디오엔 어린이용에 반드시 실리는 불법.음란물에 대한 경고문도 없었다. 그렇다면 제작사 측은 어린이용 비디오를 제작하면서 '실수' 로 경고문은 삭제하고 성인용 영화 예고편을 끼워넣는다는 말인가. 부모가 어린이용 비디오를 같이 본다고 예상해 일부러 끼워넣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어린이 교육을 위해 이런 일은 없어졌으면 한다.

신미정 <서울 마포구 성산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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