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에 '사무실 풍자만화' 올리는 대학생 고광남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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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오늘 식당밥 어땠나. "짱이던데요. "

- 그거, 우리나라 말인가. "당근이죠. "

-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먼…. "에이 과장님, 구라치지 마세요. "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음직한 세대간의 언어장벽. 신세대 사원과 구세대 만년과장의 대화가 아니더라도 '세대차이' 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홈페이지 '미쓰리의 사무실' (http://myhome.netsgo.com/docogang)에는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에피소드가 4컷만화로 재치있게 담겨 있다. 스스로 '사장' 자리에 오른 고광남(高光男.28.호서대 영문과)씨의 홈페이지는 요즘 직장인들로 북적거린다. '어, 이거 내 얘긴데' 하는 사람들이 맞장구를 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곳에 올린 사무실 이야기는 총 36편. 1주일에 한편씩 꾸준히 만화를 올린 高씨는 정작 사무실 근처에는 가본 적도 없는 대학생이다.

지난해 8월 홈페이지를 개설한 高씨는 처음엔 난관에 봉착했다. 영문학도답게 영시.영문자료 등을 올렸으나 네티즌의 반응은 썰렁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끼적거리던 만화를 홈페이지에 응용키로 했고, 그 결과 재탄생한 것이 '미쓰리의 사무실' 이다.

"그냥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다보면 자연스레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 지금까지 혼자 아이디어 내고 컴퓨터로 그림 작업을 해온 것. 高씨는 한컷짜리 만화는 너무 어렵고 장편은 인터넷상에서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이유로 4컷만화를 택했다.

'미쓰리의 사무실' 은 지난해 11월 야후가 선정한 추천사이트에 오르면서 하루 3천명의 인원이 드나드는 유명 사이트가 됐다.

"만화를 그리면서 혼자 킥킥대기도 해요. " 직장의 살벌한 광경을 웃음으로 녹여내는 高씨의 작명(作名)철학 또한 특이하다. 주인공 '미쓰리' 자체가 뭔가 엉뚱하고 캐고 싶은 '신비의 인물' 로 알려졌기 때문에 일부러 정식이름을 만들지 않았다.

일상에 지친 사람이라면 한번쯤 '미쓰리의 사무실' 을 방문해보자. '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야근 중 동료와 함께 하는 구구단을 외자' '과장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사다리타기' '첫눈 오는 날의 사무실 풍경' 등 삭막한 사무실 안의 따뜻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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