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 바란다] '차분하게 보도해야 언론탄압 신뢰성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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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정균(李貞均)일산성신초등학교 교사〓이번의 중앙일보 사태는 국민들이 신문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교육사례였다. 독자로서 중앙일보의 그간 보도를 사실로 믿고 싶다. 정형근 의원의 문건공개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남의 불행' 을 은근히 즐기는 다른 신문들의 보도태도에는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기사로는 최근 네 차례에 걸쳐 게재한 교육현장 고발기획이 눈에 띄었다. 의도는 좋았지만 이미 보도된 내용이 많아 차별화에 실패한 것 같다. 교육현장에서는 '교실 붕괴' 라는 말이 이미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과연 현재의 교육이 21세기에 걸맞게 진행되고 있는지 깊이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중앙일보가 95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NIE가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부각돼야 한다.

▶정옥선(鄭玉仙)주부〓중앙일보 홍석현(洪錫炫)사장의 구속으로 정부관계자들의 도덕성과 언론환경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중앙일보가 지식인들의 동참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대응하는 기사에서 너무 격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좀더 차분했더라면 신뢰성이 커졌을 것이다.

주부들은 '마트 투데이' 면을 유심히 본다. 10월 들어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이 일제히 세일을 벌였는데, 좋은 물건은 일찍 동이 나기 때문에 주부들의 마음도 괜히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말까지 징검다리 세일과 밀레니엄 기획전 등이 있으므로 서둘 필요가 없다" 는 안내기사가 실려 도움이 됐다.

청소년을 키우는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언어 혼탁이 큰 문제다. 기자들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고 쓰는 데 노력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기사 중에 외래어나 모호한 말이 여전히 많다.

광고에 관한 문제인데, 갈수록 기사와 광고의 구별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기획광고' 는 식별이 힘들다. 얼마전에는 재혼 알선업체 기획광고와 재혼 관련기사가 면을 이어 실린 적도 있다. 요즘 문화센터 같은 데서 주부들의 영화감상 클럽이 인기인데, 10월 7일자 문화면의 '영화를 통해 보는 경제학.시학' 이란 기사는 주부들이 영화 속의 삶과 현실의 삶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좋은 참고자료가 됐다.

▶조정하(曺玉呈夏)여성민우회 미디어 사무국장〓洪사장 구속과 연관된 중앙일보의 보도태도는 공정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IPI 서한 중 중앙일보에 불리한 부분을 누락한 점, 김한길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의 탈법에 관한 기사, 서울시 고위간부의 재산문제를 거론한 김상택 만평 등이 그런 사례다. 시민단체 성명의 보도에도 아쉬움이 크다.

시민단체들은 '탈세는 성역 없이 처벌돼야 하고, 언론탄압의 진상도 규명돼야 한다' 며 이 사건의 두 측면을 모두 짚었는데도 중앙일보가 후자만 강조한 것은 왜곡보도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일보가 공정하고 냉정하게 이번 일에 대응했다면 독자들에게 신뢰감을 줬을 텐데,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 같다. MBC '정운영의 100분 토론회' 와 관련해 사설과 취재일기 등을 통해 패널 구성의 편파성을 집중 부각하면서 정작 토론내용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었던 점 역시 짚고 싶다.

'도.감청 늘었다' '휴대폰도 감청된다' 등 도청.감청 문제가 거의 매일 지면에 등장했고, 의보통합이나 경제정책 보도에서도 총선과 연관해 비판한 게 태반이었다. 기사에서 '천박' 등의 격한 용어들을 사용한 것도 거슬렸다.

정리=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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