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도·감청 공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5일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도.감청 문제에 대한 정부측의 조속한 대책수립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감청 남용을 막기 위해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데도 이론이 없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과 한나라당의 고소.고발전으로 번진 국정원의 불법 도청 의혹 등 각론에 있어서는 여야의 인식이 갈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정권을 '감청 공화국' 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를 '인권 불감증' 으로 몰아붙였다.

김형오(金炯旿)의원은 감청 통계자료의 부실.감청장비 은폐 의혹.정보제공 급증 사례 등을 열거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도.감청으로 얻은 정보에의 유혹을 버려라" 고도 촉구했다.

김윤환(金潤煥)의원도 "인권 정부를 자처하는 김대중 정부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 이라고 꼬집었다.

자민련 의원들의 인식도 비슷했다. "전화 한통 안심하고 할 수 없는 나라에서 '국민의 정부' 라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邊雄田의원), "도.감청이 국민을 불안케 하는데도 정부는 '안심하고 통화하라' 는 광고를 낸 것 빼곤 한 일이 없다" (咸錫宰의원)고 질타했다.

반면 국민회의 의원들은 야당을 상대로 공세를 펴며 방어를 시도했다. "야당은 마치 도.감청이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자행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李海瓚의원), "야당은 정략적 정치공세 차원의 불법 도.감청 의혹 제기로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柳宣浩의원)며 야당이 도.감청 문제를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감청부서인 8국의 불법 도청 의혹에 대해선 한나라당과 국민회의가 강하게 대치했다.

한나라당 김윤환.김형오 의원은 "국정원이 이부영(李富榮)총무를 고소한 것은 적반하장이며, '국가안보' 라는 우산 아래 행해지는 불법 감청 의혹을 속이려는 것" 이라고 질책했다.

이에 국민회의 의원들은 "국가기밀인 국정원의 인력과 조직을 누설하고 불법 도청 의혹을 허위로 날조한 李총무를 국사범 차원에서 엄중 처단하라" (趙贊衡의원), "한나라당의 당리당략을 위해 국가안보를 팔아 넘길 수는 없다" (薛勳의원)고 반박했다.

趙의원은 "8국은 국가안보의 핵심 부서" 라고까지 두둔했다. 김종필(金鍾泌)총리는 "국정원은 범죄수사.국가안보상 필요할 때에 한해 합법적으로 감청하고 있다" 는 원론적 답변으로 추궁을 피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