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영장서 드러난 '국세청 부풀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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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홍석현(洪錫炫)사장에 대한 국세청의 탈세 혐의가 검찰조사 결과 상당부분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앞으로 보완수사를 하고 기소단계에서 혐의를 추가 확인하더라도 주요 혐의는 상당부분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당초 洪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던 지난달 17일 洪사장이 1백33억원의 세금을 탈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의 영장은 이보다 훨씬 적은 23억원만을 적고 있다.

국세청 발표 내용과 검찰의 영장청구 내용이 크게 다른 것은 우선 두일전자통신 주식매매 이중계약서 작성 부분이다.

국세청은 5만주를 거래하면서 13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고 발표했지만, 영장에는 2만주 거래로 양도세 5천74만원을 탈루했다고 적고 있다.

퇴직임원 3명으로부터 중앙일보 주식을 취득하면서 14억원의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국세청의 발표도 검찰 영장에는 9억5천2백만원으로 돼 있다.

洪사장이 1천71개의 차명계좌를 활용, 금융실명제를 위반했다는 국세청 발표도 1일 검찰 발표내용과 큰 차이가 있다.

국세청은 발표문에서조차 이들 계좌 중 4백32개는 가족들의 실명계좌로 확인됐다고 했으면서도 차명계좌 전체 숫자가 1천71개라고 발표했는데, 2백여개는 91년 이후엔 '죽은 계좌' 인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밝혀졌다.

실제로 검찰수사에서 洪사장 자신은 실명계좌만 갖고 있으며 가족이 개설한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입금받은 혐의가 있는데 전체적인 차명계좌는 9개로 나타났다.

검찰의 추가수사에서 더 드러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차명계좌 1천71개 중 변칙금융거래에 이용된 차명계좌는 9개가 전부인 것이다.

국세청 발표와 달리 검찰의 영장에 전혀 언급되지 않은 항목도 많다.

국세청은 洪사장이 가족들로부터 1백40억원어치의 주식을 증여받는 과정에서 증여세 77억원을 탈루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 영장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삼성코닝 주식 2백80만주를 ○○전자에 매각하면서 법인세 48억원을 탈루했다는 국세청의 발표 역시 검찰 영장에서 언급이 없어 洪사장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洪사장 일가가 계열사를 이용해 94년 보광그룹이 투자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 스키장 인근에 임직원 명의로 임야 등 34필지를 5억원에 취득했다가 96년 보광그룹 법인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면서 부동산 실명거래법을 위반했다는 국세청의 발표내용도 1일 검찰 발표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洪사장 일가가 기업자금을 변칙 유출해 자금흐름 은폐를 기도했다는 부분도 검찰 영장엔 언급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86억원과 관련해 증여세 31억원을 탈루했다는 부분도 검찰 영장엔 13억원으로 적혀 있다.

한편 검찰이 국세청 발표 외에 새로 밝혀낸 부분은 洪사장의 배임액 6억2천만원을 찾아낸 것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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