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바둑은 한마디로 정신이 없다. 모양은 뭉개지고 돌은 뒤틀리고… 하지만 이 모든 움직임은 속속들이 연구된 결과다. 미로를 찾아 끝없이 연구한 끝에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추함 속에도 효율이 있음을 알게 됐다.
70으로 지키자 71로 빵 따낸다. 고금을 막론하고 이론의 여지 없이 좋은 수, 빵따냄. 이것으로 흑의 중앙은 반석처럼 든든해졌다. 유일한 약점이 해소되자 허영호 7단은 마음 놓고 실리를 챙긴다(79). 집은 많고 걱정은 하나 없는 태평성대다. 79가 다가오면 ‘참고도’ 백1의 곳이 급소로 떠오른다. 맛 좋고 실리로도 크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 하지만 황이중 7단은 흑2를 당하면 영영 기회가 없기에 80부터 꼬부린다. 흑은 물론 A에 받아줄 수도 있다. 그러나 바둑이란 고삐를 늦추다 보면 오히려 점점 이상해지는 법. 허영호는 지체 없이 81로 달려 차이를 벌려놓는다. 82로 몰자 반석 같던 중앙도 약간 흔들린다. 이곳 공방이 마지막 승부가 됐다(84-△).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