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실험실 절반이 사고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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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대 실험실의 상당수가 안전시설 등의 미비로 사고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학 환경안전연구소가 지난 7월 관악.연건.수원 캠퍼스의 실험실 5백78곳 가운데 위험물질을 취급하고 있는 1백77곳을 조사한 결과 수소.LPG 등을 보관한 가스통 4백22개 중 절반에 가까운 2백3개가 밴딩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밴딩시설은 가스통을 벽면에 묶어 고정시키는 장치. 이 장치가 없으면 가스통이 넘어져 폭발할 수 있는데다 폭발을 일으키더라도 수직상승 폭발을 유도하지 못해 인적.물적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또 유독물질 흡입으로 인한 중독.질식을 막기 위해 필요한 환기시설은 팬의 경우 조사대상 실험실의 34%(61곳)에만 설치돼 있었으며 이를 갖춘 곳도 20%(1백8대 중 22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이와 함께 대학원생들에게 실시하는 안전교육도 권장사항이란 이유로 3명 중 1명꼴인 32%(1천93명 중 3백59명)가 이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실험용 안경.마스크.실험복 등이 턱없이 부족했으며 이를 구비한 실험실의 경우에도 연구원 대부분이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선진국에선 이같은 실험실 안전관리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실험실을 폐쇄하며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실험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지난 18일 발생한 서울대 공대 실험실 폭발사고로 3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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