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붐이 ‘新버블’ 만들 수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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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호 30면

다음 버블은 무엇이 될 것 같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합병 붐은 어떤가.
요즘 기업 합병과 경영권 인수 시도를 놓고 글로벌 자본 시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 크래프트식품은 영국 과자회사 캐드버리에 대해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 광산업체인 엑스트라타는 앵글로아메리칸 측에 합병을 제안했다. 컴퓨터 회사인 델은 페로시스템을 사들였다.

Economic View

경제 환경이 어려울 때 합병은 기업이 이익을 내기 위한 비교적 손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다. 두 회사를 합쳐 비용을 줄이고 직원을 해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또 치열한 경쟁 부담을 덜고 상품 가격을 살짝 올리는 데도 합병은 ‘좋은 수단’이 된다. 지금처럼 전 세계 소비자들이 지갑 여는 것을 꺼리는 상황에서 말이다. 여기에다 회사 최고경영진에게 몇 년간은 푸짐한 보너스를 보장하기도 한다.

금융 조달 비용이 어느 때보다 저렴한 것도 기회가 된다. 물론 주변에 돈이 널려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회사가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만큼 선전하고 있다면 빅딜을 성사시킬 환경은 나름 괜찮은 편이 된다. 특히 지금처럼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목표로 하는 대상이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고 현금흐름도 괜찮다면 인수를 하고 난 다음 곧바로 이익을 낼 수도 있다. 투자하는 자본이 그만큼 싸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짜로 회사를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통합으로 대규모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 소비재나 광산, 통신 산업에서 기업 합병은 더욱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 경색으로 주요 국가의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국경을 넘어선 M&A도 늘어날 것이다.

특히 유럽 회사들이 주요한 타깃이 될 수 있다. 미국 회사에든, 누구에게든 이번은 영국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곳의 항공 산업이나 상업용 부동산이라면 더욱 구미가 당긴다. 사실 이런 산업은 한번 경기가 회복되면 바로 탄력을 받아 실적이 반등한다.

그러나 이런 꿀맛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M&A는 곧 일자리 감소를 의미한다. 합병 이후 정리해고는 거의 통상적인 절차로 인식된다. 대규모 정리해고는 때때로 분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는 지난해 국민 세금으로 긴급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에서 나온 돈이 들어간다. 엄청난 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뒤집어보면 일자리 감소를 그 대가로 한다.

또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경영권 취득 붐이 주식 버블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M&A 대상 회사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주가는 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버블을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지난 1년간의 시장 분위기와 역행한다. 지금 시장에서 이슈는 버블을 어떻게 진정시키느냐지, 어떻게 새로운 버블을 만드느냐가 아니다. 만약 버블이 또 다시 현실이 된다면? 여기서 얻는 결론은 딱 한 가지다. 지난 1년간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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