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이중섭, 대조적 두 '국민화가'인기만 닮은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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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박수근 (1914~65) 과 이중섭 (1916~56) .이 두 작가가 올 상반기처럼 많은 화제를 뿌리며 회자된 적은 없었던 듯 싶다.

1월의 문화인물 선정 기념으로 마련됐던 '이중섭 특별전' 은 IMF 한파 이후 내내 침울하던 사간동 화랑가로 9만명의 관람객을 이끌어냈으며, 현재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의 화가 박수근' 전은 개막 5주에 이른 지금까지 약 7만명이 다녀가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국민 가수' '국민 배우' 라는 말처럼 이 두 작가의 경우 '국민 화가' 라는 별칭이 전혀 어색치 않을 만큼 '관객 동원력' 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두 '국민 화가' 의 닮은 점.다른 점 등 이모저모를 비교해보는 것도 그림 감상과 더불어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독학파 대 유학파 = 이중섭은 평양 부농 집안에서 태어나 1930년대 일본 도쿄에서 그림 유학을 했을 정도로 유복한 환경에서 공부를 했다. 반면 박수근은 강원도 양구 농가 출신으로 부친의 사업실패 때문에 보통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 산과 들로 스케치 여행을 다니며 홀로 그림을 익혔다.

전문가들은 조선미술전람회에 연속 3회 입선한 작품이 모두 수채화였던 것도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던 탓에 유화를 선뜻 시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으론 각각 간염과 간경화로 40세와 51세라는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남긴 작품 수도 둘다 3백여점에 불과하다.

▶ '빛과 그림자' =두 작가의 작품 세계는 '빛과 그림자' 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 하다. 포효하는 소, 벌거벗고 뛰노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등 이중섭의 작품이 '빛' 이라면 까칠하고 어두운 화면 뒤에 아낙네.소녀.노인이 정물 (靜物) 처럼 숨어있는 박수근의 작품은 '그림자' 라 할 수 있다.

미술평론가 유홍준 영남대 교수는 이에 대해 '예술은 표출 (표현)' '예술은 모방' 이라는 서양 미학의 두 가지 시각을 들어 분석한 바 있다. 즉 이중섭이 소.닭.아이들을 통해 고독과 그리움을 한껏 발산했다면, 박수근은 애정어린 시각으로 대상을 관찰해 이를 충실히 화면에 옮겼다는 것이다.

▶밀레와 고흐? =미술평론가들은 박수근과 이중섭을 논할 때 밀레와 고흐에 비유하기를 즐겨한다. 우리 작고 화가 중에서 이런 식으로 '한국의 0 0'라고 불리는 이가 거의 없음을 감안할 때 특이한 일이다.

밀레와 고흐가 비교적 우리나라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서양화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비유이기도 하고, 이들과 연결되면서 박수근.이중섭이 좀더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인식되기도 했다.

농민을 거룩한 존재로 느껴지게 했던 밀레. 자기 예술에 대한 몰이해에 괴로워하며 귀까지 잘랐던 고흐. '서민의 화가' 박수근과 '천재 신화' 의 주인공 이중섭에 걸맞는 비유가 아닐 수 없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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