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도울꺾고 2위 돌풍…美 대선 초반 파란연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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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제잡지 '포브스' 의 발행인이자 억만장자인 스티브 포브스 (52)가 14일 미 아이오와주의 소도시 에임스에서 벌어진 공화당 대통령 후보 모의 인기투표에서 뜻밖에도 조지 W 부시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포브스는 이번 모의 인기투표에서 2만3천6백85표의 유효표 중 4천9백21표 (20.8%) 를 얻음으로써 유력 후보였던 엘리자베스 도울 후보 (3천4백10표 획득) 보다 6% 포인트 이상 높은 지지율로 부시 (31.3% 득표)에 이어 확실한 2위 자리를 굳혔다.

지난달 갤럽 여론조사에서 부시 (59%) 와 도울 (8%)에 이어 6%의 미미한 지지율로 3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약진이다.

이로써 그간 부시 - 도울이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러닝메이트를 이뤄 미 대선 사상 처음으로 남녀 후보가 나설 것으로 점쳐지던 구도가 부시 - 포브스 라인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모의 인기투표는 대선후보 공식결정과는 상관없는 '당내 인기순위 점검행사' 에 불과하지만 때로 초반 돌풍의 진원지 역할을 해왔다.

뉴욕타임스는 포브스 약진의 배경을 그가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했던 '풀뿌리 훑기식 선거운동' 이 먹혀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브스는 그동안 워싱턴의 정치인들을 '꿀단지 (우리식으로 하면 떡고물) 나 찾아다니는 짐승' 이라고 비난하며 기존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새 인물인 자신에 대한 지지로 바꿔놓겠다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이를 위해 그는 다른 후보들이 유명인사를 포섭하고 대형집회를 갖는 동안 지역 서민들을 대상으로 수십명이 모이는 작은 집회를 열고 자신의 소신과 정책을 직접 호소해 왔다.

그는 보수적인 시골 서민의 구미에 맞춰 '낙태반대' '이자인상과 균일세 반대' '정부의 과다한 군비와 복지지출 반대' 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세금을 줄여 미국경제를 재도약케 하고 서민생활을 향상시킨다" 는 레이건식 정책을 내놨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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