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 9. 이사람이 돈버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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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똑같이 30%의 마진을 남기는 장사에선 인기 있는 물건을 많이 확보하는 게 기본이죠" . 서울 목동의 로데오 거리에서 상설 의류 할인점인 '지오지아' 를 운영하는 오남근 (吳南根.53) 씨. 吳씨는 "평생 옷을 가지고 돈번다" 고 말할 정도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섬유의 고장인 대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 한양대 섬유공학과를 졸업, 지난 71년 한일합섬에 첫 입사했다.

회사 경력이 웬만큼 쌓여 자신감이 생기자 직접 사업체를 설립, 10여년간 의류 제조업 사장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

그는 내수시장만 바라보지 않고 해외 수출에 눈길을 돌릴 정도로 '세계적인 부호 (富豪)' 를 꿈꿨다.

그러나 그의 표현대로라면 '한국은 제조업을 하기가 어려운 환경' 이었다.

회사를 운영하는 동안 사소한 규제로 손발이 묶여 수출 과정에서 손해를 보고, 임금이 너무 비싸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제조업체의 골칫거리를 피해 '옷장사' 를 했다. 지난 95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남은 1억4천만원을 들여 목동의 복개천에 가게를 차렸다. 해를 넘긴 메이커 제품의 재고를 파는 상설 할인점을 차린 것.

당시만 해도 이곳에는 카센터만 몇 군데 있을 정도로 허허벌판이었다. 그러나 그는 주변의 아파트단지 등을 고려할 때 머지않아 훌륭한 의류상권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장사를 시작했다.

그의 예측은 맞아떨어져 지금 이곳은 점포 가격만 평당 1천만원이 넘는 요지 (要地) 로 변했다.

그는 의류업체의 최대 난제인 재고 골칫거리를 없애기 위해 '위탁판매' 방식을 택했다. 위탁판매는 못 팔면 제조업체에 반품할 수 있기 때문. 그는 이같은 방법으로 한달 평균 4천만원의 매출을 거둔다. 직원 4명 월급과 부대비용을 떼고 나면 그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5백만원 안팎.

"직장인.제조업체 사장.장사꾼 가운데 무얼 한들 힘들지 않겠어요. 그러나 국가적으론 제조업체를 해 돈버는 게 가장 쉬워야 합니다. " 그는 장사로 재미를 보고는 있지만 제조업에 대한 아쉬움을 끝내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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