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GM대우 로고 떼고 시보레로 팔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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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GM대우 로고를 떼내고 ‘시보레’ 로고로 바꿀 예정입니다.” GM대우의 영업·마케팅을 총괄하는 릭 라벨(52·사진) 부사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GM대우가 생산하는 모든 차종은 국내에서는 GM대우 로고를 달지만 해외에서는 시보레 로고를 달고 있다.

GM대우는 그간 일부 차종의 경우 해외에 오펠 브랜드로 수출했다. 하지만 오펠이 지난달 캐나다의 부품업체인 마그나에 매각돼 현재는 시보레로만 수출한다.

라벨 부사장은 “국내 소비자들도 자체 로고를 떼내고 시보레 로고를 달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를 감안해 2011년부터 아예 한국에서 시보레 브랜드로 통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GM대우의 법인명은 바꾸지 않을 방침이다.

그는 이어 “라세티 프리미어의 경우 25만원씩 하는 시보레 로고 키트를 구입해 바꾸는 경우가 40%가 넘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라세티 프리미어는 해외에는 시보레 크루즈로, 윈스톰은 시보레 캡티바로 팔려 소비자들이 이들 로고를 구입해 바꿔 달고 있다는 설명이다. 라벨 부사장은 “한국 고객이 시보레를 원하는 이상 굳이 GM대우 로고를 쓸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GM코리아는 그간 GM대우 대신 시보레 브랜드로 내수를 통일하는 것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그는 또 “GM대우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뼈저리게 학습한 것은 내수의 중요성”이라며 “2015년까지 내수 20% 점유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광역 딜러를 모집하고 향후 2년 동안 신차 다섯 차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그랜저급 준대형 세단과 중형 SUV(윈스톰 후속), 후년에 쏘나타·베르나급 세단과 7인승 레저 차량(올랜도)이 나온다”며 “2011년에는 시보레 스포츠카(콜벳·카마로)를 수입해 대형 전시장에서 캐딜락까지 함께 팔겠다”고 말했다.

GM대우는 그동안 생산 차량의 90% 이상을 수출해왔지만 지난해 10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해외 판매가 급감하자 곧바로 자금난에 봉착했다. 내수가 부진해 손 한번 쓰지 못하고 부도위기에 몰렸다. 내수 점유율은 2006년 11%를 정점으로 올해는 9%까지 추락해 르노삼성에 3위 자리마저 내줬다. 이제야 내수의 중요성을 깨달은 셈이다.

GM대우는 지난달부터 내수판매 강화를 위해 전국을 8개 지역으로 나눠 딜러를 새로 뽑았다. 지금까지는 대우차판매가 판매를 전담해왔다.

그는 “미국식 대형 전시장을 국내 대도시마다 낼 것”이라며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고객이 시뮬레이터를 통해 3차원 가상 운전을 체험해 보면서 신차를 고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GM본사의 오펠 매각에 따라 GM대우는 앞으로 소형차뿐 아니라 오펠이 담당하던 중형차 생산도 도맡게 됐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에 나올 중대형 세단을 국내에서 디자인해 부평공장에서 생산한다. 지난해 환율 헤지로 수조원의 적자를 본 데 대해선 “재무 담당자가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도 예상 못한 금융위기가 문제였다”며 “올해 환율이 1150원 이하로 떨어지면 반대로 흑자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년 전만 해도 환 헤지로 크게 흑자를 낸 적도 있어 사실 환 손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GM대우는 연말 원-달러 환율이 1150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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