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2세 수장키로…고인 '모험심' 존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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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비행기 추락사고 나흘만인 20일 발견된 존 F 케네디 2세와 부인 캐럴린 베셋, 처형 로런 베셋의 장례식은 22일 오전 9시 (현지시간) 구축함 브리스코호 선상에서 수장 (水葬) 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을 비롯한 케네디 일가는 케네디 2세의 수장을 정부에 요청,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의 허락을 받았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수장은 해군과 선원들의 오랜 관습으로 전시 또는 원거리 항해 중 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 시신을 보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따라서 군복무 경력이나 선원생활을 한 적이 없는 케네디 2세의 수장 결정은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케네디 일가는 모험을 좋아한 고인의 생전 희망을 존중하고 떠들썩한 장례식을 피하기 위해 수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수장은 극히 제한적으로 행해진다.

미 해군은 수장 대상자 규정에 따라 '현역 또는 퇴역 군인과 가족, 군무원 외에 미국에 현저히 기여한 공로가 있는 자' 에 수장 자격을 한정하고 있다.

미국법은 또 화장한 유골에 한해서만 수장을 허용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케네디 2세가 자선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고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을 고려, 수장을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의 수장 방식은 화장한 유골을 금속 관에 넣거나 납골상자에 담아 함정을 이용, 바다에 던지거나 비행기에서 유골가루를 바다에 뿌리도록 돼 있다.

케네디가는 구체적 장례절차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나 CNN방송은 정부관리의 말을 인용, 시신을 화장한 뒤 유골을 바다에 뿌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케네디 2세의 시신은 당초 미 알링턴 국립묘지 안장도 고려됐으나 규정상 부인과 함께 매장될 수 없어 케네디가 (家) 는 수장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링턴 국립묘지의 존 F 케네디 전대통령 묘역에는 전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와 출산 사흘만에 숨진 차남 패트릭 케네디가 함께 묻혀 있다.

알링턴측은 케네디가의 요청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케네디 전 대통령 묘소 주변을 측량하는 등 매장준비까지 마쳤었다.

이와 함께 케네디 2세 부부 추모 미사가 23일 뉴욕 성토머스모어 가톨릭 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며 이 미사에는 클린턴 대통령과 힐러리 여사도 참석할 계획이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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