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신고가 신창원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군 정보기관에서 훈련받은 덕분입니다. 평소에 사람을 보면 다른 사람과 대조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탈옥수 신창원 검거의 초 (超) 1등공신으로, 스타가 된 신고자 김영근 (29) 씨.

그가 신창원을 쉽게 알아본 데는 과거 경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신창원은 뒷머리를 짧게 친 데다 앞머리가 이마를 거의 가리는 등 수배전단과는 모습이 달라졌지만 金씨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金씨는 인근 부동산 중개소에 들러 아파트 계약 명의자 등을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는 정보기관 출신답게 신고도 서울경찰청 간첩신고센터에 했다.

현재 가스레인지 점검기사인 그는 자신이 근무했던 부대에 대해 "군사기밀이다.

아주 특수한 정보부대에서 근무했다" 고 말했다.

그는 16일 오후 申이 살고 있던 전남 순천서 연향동 금당지구 대주파크빌아파트 104동 205호에 가스레인지 점검을 위해 방문했다.

金씨가 처음 아파트에 들어섰을 때 부부가 같이 있으면서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자리의 남자를 보는 순간 金씨는 '신창원과 닮았다' 는 느낌을 받은 뒤 '주변 상황을 봐야겠다' 고 생각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 (申이) 아닐 수 있으니까' 하는 생각에 방안 전체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런데 아파트 한쪽 방에 운동기구가 가득차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또 가정집인데도 결혼 사진이 없었다.

순간 그는 '평범한 가정집이라고 보기에는 참 이상하다' 는 생각이 들어 수리를 끝낸 뒤 인근 부동산 중개소를 찾았다.

부동산 중개소에 들어간 金씨는 중개소 직원에게 "그 집은 언제 입주했느냐" 고 물어봤다.

그러자 직원은 "그 집은 계약한 다음날 바로 입주했다" 고 말했다.

더욱 이상한 것은 보통 부동산 임대 계약서가 남자 이름으로 돼있는 데 비해 이 집은 여자 이름으로 돼있다는 점이었다.

金씨는 그제서야 '그 집에서 본 사람이 申이 분명하다' 는 확신이 섰다.

그래서 金씨는 오후 3시35분 113으로 전화를 해 "신창원 같은 사람이 나타났다.

키가 1m70㎝~1m75㎝ 가량이고 얼굴에 광대뼈가 튀어나왔다" 고 신고했다.

申의 2년6개월간 도피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똑똑한' 시민의 신고였던 것이다.

그는 경찰관 수십명의 몫을 해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