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SF' 성적 유머 만발-영화 '오스틴 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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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신혼여행에서 아내를 잃고 나체로 축하 (?) 행진을 벌이는 바람둥이 오스틴 파워. 아들과의 갈등을 씻어보고자 '제리 스프링어 쇼' (미국의 대표적인 가십쇼)에 나갔다가 결국엔 사회자를 두둘겨패고 마는 악당 닥터 이블, 갑작스런 출몰로 전 지구인을 놀라게 한 남자 성기 모양의 거대한 우주선….

'SF코미디' 라 불리우는 마이클 마이어스의 '오스틴 파워' (원제 : Austin Powers:The spy who shagged me) 는 이런 파격적인 장면의 연속이다.

영화 '007' 의 한 제목 (The spy who loved me) 을 따 더 야하게 (shagged) 짓고 '스타워즈' 의 첫 장면을 흉내낸 영화의 시작에 관객들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코미디에 SF를 접목시켜 'SF코미디' 로 불리지만 그보다는 영국 첩보원 오스틴 파워의 기상천외한 영웅담을 포장하고 있는 솔직하고 대담한 성적 유머가 이 영화의 중심이다.

주연배우 마이클 마이어스 (36) 는 국내에선 낯선 얼굴이지만 이 영화의 각본과 제작은 물론 주인공 오스틴 파워.닥터 이블 등 1인2역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영화에 묻어난 60년대 영국의 팝문화에 대한 남다른 향수는 영국 리버풀에서 캐나다로 이주해온 그의 가족사와 무관하지 않다.

노골적인 상황과 대사의 연속으로 자칫 저질 코미디쯤으로 외면당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지난달 11일 미국에서 개봉돼 '스타워즈' 의 인기를 눌렀다.

'잃어버린 세계' '스타워즈' 에 이어 개봉 수익 역대 3위를 기록하기도. 이 영화의 인기에 대해 할리우드 일각에선 "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게 있다' 에 이어 화장실 유머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그러나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리비도' 의 힘을 신봉하며 자신의 취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오스틴 파워가 성적 유머의 어떤 한계를 깨는 즐거움을 준다는 것. 광고를 연상시키는 장난스런 감각의 영상과 발랄한 음악도 매력으로 꼽힌다.

'오스틴 파워' 의 '파워' 는 24일 개봉을 통해 이제 국내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최근 시사회에서는 침묵과 폭소 등 관객의 반응이 양극으로 갈라져 흥행여부는 더 관심거리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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