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길진현 차장 입건 '신동방세탁기' 기사화 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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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본지의 '신동방 무세제 세탁기' 기사 보도는 본사 길진현 차장이 관련된 주식투자 행위와는 전혀 무관하게 이뤄진 일이었다.

지난해 8월 17일 오후 5시쯤 본사 산업팀 기자는 신동방 홍보실로부터 '무세제 세탁기의 공개 시연회에 참석해 달라' 는 전화요청을 받았다.

이어 신동방측은 5시17분쯤 팩스로 '신동방과 경원생명과학연구소가 세제 없는 세탁기용 장치 개발' 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내 왔다.

신동방 김진일 상무는 이에 대해 "17일 오후 5~7시 사이에 KBS.조선일보를 포함한 전 언론사 해당 부서에 이런 팩스를 보냈으며 담당기자에게 일일이 전화통보를 했다" 고 설명했다.

본사 담당 기자는 이어 전 부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 (部) 회의에 보도 자료 내용을 보고, 부장으로부터 '기술 개발 문제는 논란의 소지가 있으므로 반드시 현장에 가서 취재, 철저한 확인 과정을 거친 후 기사화 여부를 결정하자" 는 지시를 받았다.

다음날 (18일) 오전 10시쯤 담당 기자는 사진부 기자와 함께 충북음성의 시연회장을 찾아갔다.

이 자리에는 KBS.MBC 등 방송사 취재진이나 신동방 관계자는 물론 대우.LG전자 연구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참석하지 않은 언론사에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다시 보냈다" 는 것이 신동방측의 설명. 시연회가 끝난 뒤 기자는 대우전자의 박찬규 수석연구원에게 기술의 타당성 여부를 확인했다.

이에 朴연구원은 기자에게 대우의 자체실험 결과 보고서를 전해주면서 "상업화가 충분한 것으로 내부 결론이 나 신동방측과 단독계약을 해 연말까지 상품화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또 LG전자 연구원 2명을 직접 만나 취재했으며, 삼성전자의 노세근 수석연구원.상품기획과 왕교선 담당 등에게 전화로 검증절차를 거쳤다.

"이런 기술은 일본.러시아 등에서도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만약 신동방이 상품화에 성공했다면 획기적인 일" 이라는 것이 삼성측의 반응이었다.

이 결과는 부장에게 보고됐으며, 이어 부.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오후 편집회의에서 국장단이 "그 정도로 확인이 됐다면 기사화할 가치가 있다" 고 최종 판단, 이를 8월 19일자 종합섹션 1면 2단기사로 게재했다.

사진은 경제섹션 1면에 실렸다.

이 보도는 중앙일보뿐 아니라 당일 저녁 KBS.MBC - TV에도 방송됐으며 한국.세계일보, 한국경제.매일경제 등 대부분의 신문과 연합뉴스에도 게재됐다.

동아일보의 경우 20일자 경제섹션 1면에 기술을 개발한 경원생명과학연구소 김희정 소장을 인터뷰, 와이드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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