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거주권획득 너무 힘들어' 대륙신부 생활고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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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만에서 꽃다운 '대륙 신부 (新婦)' 들이 죽어가고 있다.

최근 두명의 대륙출신 신부들이 분신자살했다.

생활고와 가정불화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그 배경에는 대만정부의 냉대가 깔려 있다.

대만정부가 대륙신부들의 거주권 획득절차를 '결혼후 2년이 지나거나, 아이가 있어야 한다' 는 등 까다롭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주권 쿼터가 워낙 적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대만과 중국간의 입장차가 커 이 문제는 양안 (兩岸) 간 새로운 분쟁거리로 불거질 태세다.

◇ 현황 = 지난해 2월 대만에 시집온 중국 광시 (廣西) 성 출신 모옌잉 (莫艶英.28) 은 지난 7일 온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자살했다.

임신 3개월된 몸이었다.

거주권을 받지 못해 직업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세상을 등진 케이스다.

중국 헤이룽장 (黑龍江) 성 다칭 (大慶) 시에 사는 류윈샹 (劉雲香.여.28) 은 최근 대만 신문사에 편지 한통을 보냈다.

"믿은 것은 남편 사랑 하나 뿐이었습니다. 대만땅에 섰을 때 모든 것을 얻었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아들에게 아버지만은 돌려주세요. 저는 이곳에 남겠습니다. " 그녀가 대만에 온 것은 지난 96년 3월. 그러나 그녀를 기다린 것은 남편의 병든 육신뿐이었다.

그때 이미 뱃속에선 한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이때부터 그녀는 파출부, 공장 허드렛일, 품팔이 그리고 행상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불법취업' 혐의로 체포돼 아들과 함께 강제 추방됐다.

◇ 대만.중국 입장 = 대만정부의 입장은 완강하다. 대만의 인구밀도가 높은 탓에 무제한 이주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 중개인들이 대륙 처녀를 수입하는 만큼 이에 따른 사실 조사를 위해서도 심사절차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자 중국정부가 "대만에서 대륙 처녀들이 부당하게 곤란을 겪는다면 이는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 라며 이 문제를 양안 (兩岸) 회담에 정식 제기할 것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대만정부가 지나치게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양안간 원만한 대화를 위해 대만정부가 대륙 처녀문제를 호의적으로 처리하기를 희망한다" 고 주문했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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