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데이콤 경영권 놓고 LG.삼성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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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데이콤을 잡아라' .데이콤 경영권을 둘러싼 재벌간 각축전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LG가 공개적으로 데이콤 인수의사를 밝히고 나서자 삼성은 28일 전격적으로 대우가 내놓은 데이콤 지분 2.75%를 인수하는 등 물밑에서 이뤄지던 데이콤 쟁탈전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두 그룹은 데이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지분 추가 매입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는 2대 주주인 동양 (東洋) 의 거취가 최대 변수다.

데이콤은 시외전화 082.국제전화 002.PC통신 천리안 등을 운영하는 종합통신사업자.

◇ 데이콤 인수에 나선 LG=구본무 (具本茂) LG회장은 지난 27일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에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 "앞으로 정보통신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며, 데이콤을 인수해 운영하고 싶다" 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정부의 빅딜 (대기업간 사업교환) 종용에 따라 반도체를 포기하는 대신 그동안 준비해온 '정보통신대국 (大國)' 으로의 꿈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LG는 데이콤 인수를 시작으로 정보통신 분야의 영역을 확장, 무선통신과 국제.시외.시내전화, 통신장비 제조, 인터넷 서비스, 위성방송 등을 망라한 종합통신그룹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마스터플랜까지 짜놓았고 具회장도 사석에서 "반도체는 완전히 잊고 정보통신에 힘을 모으자" 고 강조한 것으로 측근들은 전한다.

LG는 이를 위해 현대에 반도체를 넘기는 대신 현대가 보유한 데이콤지분 5.25%를 넘겨 받고, 현대에서 받을 현금으로 동양 등으로부터 데이콤 지분을 사들일 계획이다.

한편 LG는 조만간 정보통신부에 '데이콤 지분 5% 제한' 을 풀어달라고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정부도 당시와는 여건이 달라졌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G의 공개된 데이콤 지분은 4.21%.여기에다 현대 지분 (5.25%) 을 합치면 9.46%가 된다.

하지만 LG는 관계회사 등으로 분산해놓은 우호지분 (28.6%) 을 더하면 총 규모는 38.06%로 최대주주가 된다.

LG는 데이콤을 인수하면 데이콤이 대주주인 제2시내전화 사업자 하나로통신 등도 함께 넘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데이콤 (시외.국제전화).온세통신 (국제전화).하나로통신 (시내전화).PCS 등을 하나로 묶는 종합통신그룹을 만들겠다는 것이 LG의 꿈.

◇ 주식매입 나서는 삼성 = 삼성은 28일 대우중공업이 구조조정차 내놓은 데이콤주식 51만6천주 (지분 2.75%) 를 삼성전자를 통해 매입했다.

삼성 관계자는 "대우 주식을 인수함에 따라 삼성의 데이콤 지분은 20.6%로 높아지면서 공식적으로 데이콤의 1대 주주가 됐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르면 29일 증시를 통해 삼성이 데이콤의 최대 주주임을 공시할 계획" 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이 이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데이콤을 통해 숙원사업이던 통신서비스업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데이콤이 LG로 넘어갈 경우 주요 통신장비 납품처를 잃는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어떻게 될까 = 삼성과 LG간의 지분쟁탈전이 한결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최대 관건은 동양. 데이콤의 주가는 이날 현재 주당 9만5천원인데, 동양은 적어도 살 때 값 (평균 17만원) 은 받아야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LG 관계자는 "이미 동양과 접촉, 상당수준까지 의견을 모은 상태" 라며 "가격문제만 절충이 이뤄지면 동양 지분매입이 가능할 것" 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성 역시 그동안 다양한 채널로 동양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으로선 '돈 많이 주는 곳에 팔겠다' 는 입장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일단 2대 주주로서 경영에 깊숙이 참여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데이콤 쟁탈전의 열기는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민호.김동섭.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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