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룡 미스터리] '열쇠쥔 사람들을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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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절도 피의자 김강룡 (金江龍.32) 씨의 추가 주장으로 갈수록 의문을 더하고 있는 고관집 털이 사건의 해결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유종근 (柳鍾根) 전북지사 달러 사건 = 우선 金씨가 柳지사 사택에서 훔쳤다는 미화 12만달러의 존재 여부는 일단 金씨가 지난 17일 한나라당 의원 등을 통해 훔친 돈중 일부를 남대문시장에서 환전했다고 주장하는 데다 그가 들렀던 호텔과 단란주점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달러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들에 대한 종합수사를 철저히 할 경우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안양 N호텔 종업원들에 따르면 金씨는 지난달 8일께부터 2~3일씩 지금까지 20여일 동안 호텔에 묵으면서 달러와 엔화 등으로 숙박비를 계산했다.

평촌 B단란주점에서는 아예 달러가 든 가방까지 보이며 돈자랑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란주점 관계자는 18일 검찰조사에서 "金씨가 이틀에 한번꼴로 들렀으며 3월초께 룸에서 술을 먹다가 종업원을 시켜 차안에서 가방을 가져오게 한 뒤 달러가 가득 든 가방을 열어보이는 등 돈자랑을 했다" 며 "여러명의 남녀 종업원이 함께 봤다" 고 진술했다.

이 관계자는 "金씨가 지난달초 1백달러짜리 3장.50달러짜리 2장.10달러짜리 9장 등 미화 4백90달러와 일본돈 9만엔을 술값으로 지불해 외환은행 안양지점에서 환전했다" 고 덧붙였다.

특히 金씨가 한나라당 의원 등에게 "柳지사 집에서 훔친 12만달러 가운데 7만달러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민희엄마' 에게 환전했다" 고 주장함에 따라 이 암달러상을 찾으면 金씨가 갖고 있던 달러가 柳지사 집에서 나온 것인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암달러상을 찾더라도 金씨가 갖고 있던 달러가 柳지사 사택에서 훔친 것인지 여부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

암달러상들은 항상 단골 전주가 있어 전주가 원할 경우 7만달러 정도는 어느 때든 충분히 환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거꾸로 柳지사가 12만달러를 갖고 있었는지를 추적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 역시 간단하지 않다.

현행 금융관리체계상 일반인이 2만달러 이상 은행에서 살 경우 해당 은행은 국세청에 보고토록 돼 있다.

하지만 12만달러를 2만달러 이하로 쪼개 여러번에 걸쳐 구입했을 경우 사실상 추적이 어렵다.

통상 고객의 나이.주소.환전액수 등만 환전부에 기록,가명을 썼을 경우 달러 주인을 찾을 길이 없다.

따라서 검찰이 ▶柳지사의 계좌추적을 통해 12만달러어치의 원화가 뭉칫돈으로 빠져나간 사실 ▶원화의 사용처 등을 확인하지 못하는 한 어느 주장이 사실인지 가늠키 어렵다.

◇김성훈 (金成勳) 장관 집 사건 = 양측의 주장이 극과 극을 달리는 이 사건의 경우 金씨는 지난 15일과 17일 한나라당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서울 도곡동 金장관 집에서 운보.남농의 그림을 훔쳐 이 가운데 운보의 그림을 장물아비에게 8천만원에 팔았으며, 남농의 그림은 한 공무원에게 선물했다" 고 진술했다.

따라서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물아비' 와 '익명의 공무원' 을 찾아야 한다.

이들을 찾아내면 운보 등의 그림 소장자가 金장관이었는지 여부가 어느 정도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고서화 전문가들은 "고가의 그림들은 유통경로가 많지 않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배경환 (裵京煥) 안양경찰서장 집 사건 = 봉투 58장에 든 현금 5천7백여만원을 훔쳤다는 金씨 주장의 진위 여부를 규명하는 열쇠의 주인공은 金씨의 동거녀 宋모 (41) 씨. 검찰은 사건이 터지자 지난 15일 이사한 宋씨의 신병을 확보, 金씨의 주장대로 裵서장 집에서 훔친 돈봉투 58장 가운데 회수하지 못했던 나머지 36장을 찾아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일단 金씨의 주장이 진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裵서장은 이에 앞서 지난 17일 밤 검찰조사에서 당초 주장대로 피해액이 절도범 金씨가 주장한 5천7백여만원이 아닌 8백만원 뿐으로 연월차.판공비 등 각종 수당을 모은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金씨는 그동안 "裵서장 집 김치냉장고에서 현금 5천7백여만원이 든 봉투 58장을 훔쳤으며 이 가운데 22장은 경찰에 증거물로 압수됐고 나머지 36장은 아내가 갖고 있다" 고 주장해왔다.

인천.안양 = 정영진.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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