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연체 갈수록 태산…한달새 15%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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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부실 가계대출의 정리도 은행에 발등에 불이다. 연체액을 털기 위해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안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 돈이 많이 풀리고 금리가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제 때 갚지 못하는 가계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실 가계대출을 방치할 수 없는 상태고, 고객 입장에서도 다음달부터는 전 금융권이 전산망을 통해 개인의 1천만원 이상 대출현황을 낱낱이 파악하기 때문에 신용파탄의 위험성이 더 커졌다. 이 때문에 부실 가계대출을 정리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연구원 손상호 연구위원은 "특별기간을 설정해 연체액을 갚으면 비싼 연체이자 대신 정상이자를 적용하는 것도 한 방법" 이라고 말했다.

손위원은 그러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선 이같은 조치는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에서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설립 필요성이 논의되는 배드 뱅크에 기업뿐 아니라 가계대출을 포함시키는 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지난 2월말 현재 조흥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19조8백6억원으로 지난 1월말보다 8백9억원 감소했으나 이중 연체된 금액은 2조9백2억원으로 1월보다 2천7백63억원 (15.2%) 이나 늘어 연체율은 사상 최고치인 10.95%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97년말만 해도 3.95%에 그쳤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10.94%까지 올랐다가 지난해말 결산을 앞둔 은행들이 연체금 상환에 전력을 기울여 8.87%로 낮아졌으나 올들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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