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강행 오락가락…국민연금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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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일 여권 전체는 오는 4월 1일 실시 예정인 국민연금 확대 문제를 놓고 극심한 혼란상을 드러냈다.

청와대와 국민회의, 총리실과 자민련은 서로 다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거나 비공식적으로 흘리며 기세다툼을 하는 양상까지 보였다.

결국 김종필 (金鍾泌) 총리가 고위 당정회의에서 '예정대로 실시' 를 최종 확정함으로써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수시로 불거져 나와 정책혼선으로 이어지는 당정간, 2여 (與) 간, 청와대.총리실간의 갈등과 의사소통 난맥상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회의는 김원길 (金元吉)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의 '연기론' 이 공개된 뒤여서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회의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과 자민련 박태준 (朴泰俊) 총재는 김모임 (金慕妊) 보건복지부장관의 '4월 강행방침' 을 꼬집는 듯한 발언을 했다.

사회를 본 박태준 총재는 "국민연금도 매우 좋은 제도지만 사전 홍보가 제대로 안돼 엉뚱한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여론도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고 했다.

趙대행은 좀 더 직설적으로 "근자에 행정상의 혼란과 난맥이 있는 데 이는 결국 정당쪽에 부담을 주고 있다" 면서 "정당은 국민의 지지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행정부는 여당과 긴밀히 호흡하고 여론 조정도 거쳐야 한다" 고 비판. 이에 대해 김종필 총리는 의례적인 인사말조차 생략하고 바로 회의 안건 설명에 들어가 불편한 심사를 내비쳤다.

그는 안건 설명 말미에 "일을 추진하다 보면 무조건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측에서 다른 의견 개진이나 반대도 하게 마련" 이라며 "그러나 중지를 모아 강력하고 소신껏 추진해 가야 한다" 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국민연금 실시 문제의 본안에선 정작 아무런 토론도 이뤄지지 않았다.

金장관이 "준비 소홀과 홍보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은 뒤 두차례에 걸친 보완으로 3월 들어선 진정기미에 들어갔다" 고 보고했다.

회의 후 자민련 이완구 (李完九) 대변인은 "4월 실시 방침엔 조금도 변화가 없으며 연기하자는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동영 (鄭東泳) 국민회의 대변인은 " (4월 실시 방침의 번복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 며 "당내에선 여론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 밝혀 연기 문제에 대한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님을 내비쳤다.

○…金의장은 이날 회의 참석 직전 기자실을 찾아 "국민 여론조사 결과 2대1 비율로 반대가 많은 상황에서 4월 강행 실시는 문제가 있다는 게 내 개인 의견" 이라며 "이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 보고했더니 金대통령은 자민련과 협의하라고 했다" 고 자신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정길 (金正吉) 청와대 정무수석도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부담을 느낀다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고 연기쪽에 무게를 실었었다.

○…이에 대해 오효진 (吳효鎭) 공보실장은 "4월 실시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 고 강력히 반박했다.

金총리는 11일 자민련 주요 당직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김모임 장관과 함께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만나 4월 실시의 당위성과 협조까지 부탁했는데 다른 소리가 나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며 강한 집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金총리는 13일 국민연금관리공단을 방문,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등 국민연금 확대실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전영기.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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