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협 왜 이러나] 상.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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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농협.축협 등의 부실경영과 비리가 감사원 감사로 속속 밝혀지면서 협동조합의 구조적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협동조합의 난맥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협동조합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구조개혁 대상으로 지적됐으나 개혁은 흐지부지됐고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들 단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협동조합의 구조적 문제점은 무엇이며 앞으로 이들 단체의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전남 해남의 채소재배 농민 60여명은 지난 93년 '해남녹색유통' 이라는 영농조합법인을 따로 만들어 직접 농산물을 서울로 싣고와 팔고 있다.

해남녹색유통 김상인 (金相仁) 서울사업소장은 "농협이 돈장사에만 급급하고 농민을 위한 사업을 게을리해 새로운 조직에 대한 욕구가 급증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마디로 농협 등이 농산물 유통 등 경제사업보다 돈을 빌려주는 신용사업에 치중함으로써 생산자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협의 주목적이랄 수 있는 경제사업은 지난해 7조4천6백억원 규모. 신용사업은 그의 여섯배가 넘는 46조5천1백억원에 이른다.

그렇다고 국내 최대 점포망을 갖춘 농협 신용사업이 생산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예컨대 1인당 수신고는 19억원으로 시중은행 (23억원) 을 밑돈다.

대기업에 대한 부실여신도 6천1백95억원 (98년 8월말 현재) 이나 된다.

정부의 각종 농업정책자금, 교육공무원 월급계좌, 경기도 등 각도의 금고를 관리하는 등 탄탄한 기반 (?) 위에서 쉽게 장사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특혜성 정책자금의 창구가 되다보니 각종 청탁과 뇌물로 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규모면에서 농협의 10분의 1 정도인 축협도 속내용은 마찬가지다.

농.수.축협 등의 중앙회 회장은 물론 단위조합장까지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느냐의 문제도 제기된다.

'민주화 바람' 을 타고 직선제로 바꿨으나 기대했던 '밑으로부터의 개혁' 은 이뤄지지 않고 선거과정에서 금품살포 등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 부족과 관료화, 정부와의 관계설정 등도 문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용선 (李龍善) 박사는 "농산물유통.생산을 담당하는 직원이 금융부문인 신용사업부로 옮기는 등 비전문적 경영으로 농협의 부실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고 말했다.

축협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도움에 따른 반대급부로 가축방역사업 등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하는 사업을 맡다보니 협동조합이 농어민 위에 군림하는 관료조직 성격으로 변하게 된다" 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충남대 박종수 (朴鍾洙) 교수는 "협동조합 중앙회장은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경영은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등 조직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고 지적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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