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씨 시집 '아버지의 빛'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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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시인 신달자 (愼達子.56) 씨가 시집 '아버지의 빛' (문학세계사) 을 최근 펴냈다. 72년 박목월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 을 통해 등단한 신씨의 8번째 신작 시집인 이 시집은 사별한 아버님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삼라만상에 베어들며 절절함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막 떨어진 나뭇잎 하나/밟을 수 없다. /그것에도 온기 남았다면/그 스러져가는 미량의 따스함 앞에/이마 땅에 대고 이 목숨 굽히오니/내 아버지 호올로 가시는/낯설고 무서운 저승길/내 손 닿지 않는 먼길/비오니/그 따스함 한가닥 빛이라도/될 수 있을까 몰라/울 아버지/동행길의 미등이 될 수 있을까 몰라//막 떨어진 나뭇잎 하나" 시 '나뭇잎 하나' 전문이다.

한 시절 울울창창 잘 살다 이제 말라 떨어진 나뭇잎이지만 시인은 감히 밟을 수 없다. 아직 따스한 온기, 생명이 다하지 않은 것만 같은 나뭇잎과 아버지를 일시 겹치면서 다시 저 세상으로의 동행을 기원한다.

모든 사물에 '육친의 빛' 이 발하여 쉽게, 편안하게 시에 다가설수 없다. 그런 시를 향한 외경이 베스트셀러 산문집 작가로 더 잘 알려진 신씨의 시들을 절창의 단계까지 결정 (結晶) 시켜나가고 있다.

이 시집에 실린 '눈썹 달' 에서는 '육친의 빛' 이 언 하늘에 초승달로 시퍼렇게 빛나고 있다. 에세이.소설등으로 지가를 높였던 신씨가 이제 다시 모진 마음으로 시의 진수에 접근하고 있는 시집이 '아버지의 빛' 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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