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힌 박씨 “최진실씨가 답답하니 빼내달라고 해서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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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기도 양평경찰서는 고(故) 최진실씨의 유골함을 훔친 혐의(특수절도·사체영득)로 박모(41)씨에 대해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최씨의 유골을 회수해 가족에게 돌려줬다. 싱크대 수리업자인 박씨는 25일 오후 11시10분쯤 대구시 상인동의 집에 있다가 주민의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사건 발생 21일, 수사 착수 10일 만이다.

박씨는 경찰에서 “최진실이 ‘납골묘가 답답하니 나를 빼내 흙으로 된 묘에 이장해 달라’고 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정신과 치료 경력이나 지적 장애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박씨의 정신 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4월 중순과 8월 1, 2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경기도 양평군 갑산공원에 있는 최씨의 납골묘를 사전답사한 뒤 4일 오후 9시55분부터 10시58분까지 손망치로 분묘를 깨고 유골함을 훔쳐갔다. 이어 5일 오전 3시36분쯤 묘역에 나타나 물걸레로 묘분을 닦고 자신의 1t 포터트럭을 몰고 양평~홍천~인제~속초~울진 등의 우회도로를 이용해 대구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후 박씨는 최씨의 이름이 새겨진 유골함을 깨뜨려 유골을 꺼낸 뒤 다른 용기에 옮겨 담아 자신의 방에 보관해 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박씨 집 인근 야산에서 깨진 유골함을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범행 후인 5일 새벽 양평군 봉상 경찰 검문소를 지나는 폐쇄회로TV(CCTV) 화면 등을 토대로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행에 이용된 손망치와 당시 입었던 옷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또 A4 크기의 노트 한 권과 컴퓨터 한 대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트에는 주로 싱크대 주문 내역이 들어 있었지만, 한 면에는 글을 썼다가 볼펜으로 박박 지운 흔적이 있었다”며 “이 내용과 함께 컴퓨터 기록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평=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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