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거지는 합당론]자민련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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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용환 (金龍煥) 자민련 수석부총재는 20일 국민회의와의 합당론을 묵살하느라 바빴다.

그는 "합당론은 내각제의 희석과 변질을 염두에 둔 유감스러운 발상" 이라고 단언하듯 말했다.

국민회의 일각에서 합당론에 무게를 싣는 것은 내각제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박태준 (朴泰俊) 총재도 "기가 막힌다.

개탄스럽고 근거없는 얘기" 라고 합당론을 일축했다.

그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이완구 대변인은 국민회의도 '합당론' 을 공식 부인한다며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국민회의 정균환 (鄭均桓) 사무총장이 이날 아침 자민련 박준병 (朴俊炳)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 (합당론에 대해) 국민회의도 격앙된 반응이 있었다.

여당에 타격을 주는 근거없는 내용" 이라고 해명했다는 것. 자민련이 합당론을 서둘러 덮으려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내각제 개헌에 물을 타는 것이라는 의심이 첫째다.

설혹 자민련측이 통합 여당의 총재를 맡는다 하더라도 대통령제 아래에서 소수파의 당대표는 한계가 있다는 것. 95년 YS 총재 아래 민자당의 '김종필 대표' 시절 뼈아픈 맛을 봤다는 것이다.

합당 후 50대50의 총선 지분을 보장받는다 하더라도 '수도권.호남 = 국민회의' '충청.영남.강원 = 자민련' 의 구도를 벗어나기 힘들어 실익이 없다는 계산도 한다.

더욱이 '개혁' '보수' 색깔이 합쳐져 비빔밥이 될 경우 한나라당에 '정체성'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내에서는 신민주공화당이 민자당으로 합당한 뒤 치른 92년 총선에서 공화계 후보들이 충청권에서조차 참패한 사실도 거론되고 있다.

반면 일부 비 (非) 충청권.TK (대구.경북) 의원들은 결국 합당의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거대 여당에 한나라당 일부 세력을 끌어들인 '전국 여당' 의 이미지가 자신들의 '총선 승부' 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 한영수 (韓英洙) 의원은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 논의할 시기가 됐다" 며 "정권 1주년인 2월 25일 이전에 대통령.총리가 어떤 식으로든 담판을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자민련 이완구대변인 일문일답

자민련 이완구 (李完九) 대변인은 JP의 '내각제 대변인' 도 겸하고 있다.

그는 20일 국민회의.자민련의 합당설은 "사실무근" 이라고 강조했다.

- 당의 정확한 입장은.

"합당론은 생각해 보지도 않은 얘기다. 어디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짐작이 가며 대단히 유감스럽다. "

- 합당은 절대 안된다는 논리는.

"각 정당은 나름대로의 정치적 입장.색깔이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정체성' 문제가 생략된 채 합당은 온당치 못하다. 지금은 대선 당시 합의문에 따라 내각제를 논의하는 과정이다. 합당론은 내각제 개헌을 희석시키고 결렬시키려는 의도라는 오해의 소지를 낳을 뿐이다. "

- 김종필 총리와 박태준 총재의 생각은 어떤가.

"어제 金총리를 공관으로 찾아가 만났을 때 합당론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하셨다. 오해가 없도록 언론에 알리라고 지시까지 했다. 金총리가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직접 전화까지 걸어 합당론.내각제 유보합의 등의 보도가 나오지 않게 하라고 한 걸 보면 모르겠느냐. 朴총재도 金총리와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이견이 없다. "

- 일부 비 (非) 충청권.TK의원은 합당에 긍정적인데.

"극히 일부지만 평소 지역구 관리가 부실하거나, 16대 총선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사실이다. "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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