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접대 받은 판.검사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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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 수임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초점이 판.검사들의 비리 여부에 맞춰지면서 李변호사가 수임해 승소했던 사건 처리과정이 조사대상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의정부사건때와 마찬가지로 룸살롱 접대 등 향응제공 부분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검찰이 이처럼 李변호사 수임사건 처리과정을 캐기로 한 것은 검찰이나 법원 일반직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와 들끓는 여론 때문. 李변호사의 사건 수임장부의 '비용' 항목에는 일반직 공무원들과 달리 판.검사 명단 옆에는 금액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적혀 있다.

검찰 고위 간부는 "알선료 지급대상에 판.검사들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 일반직만 처벌할 경우 국민이 이를 납득하겠느냐" 며 "부득이 李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고액을 받은 사건을 추적키로 했다" 고 밝혔다.

검찰이 유성관광특구내 E룸살롱 등 2~3개 유흥주점을 찾아 李변호사가 법조인과 동행했는지 여부를 캐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수사수순은 지난해 초 의정부 이순호 (李順浩) 변호사사건때와 동일하다.

검찰은 당시 현직 판사 10명이 강북 V단란주점에서 접대를 받고 검사 5명이 강남의 단란주점에서 1백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는 향응을 받은 것만으로도 수뢰죄가 가능하다고 보고 여러 사람이 동석한 경우 향응비를 사람숫자로 나눠 수뢰액수를 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엔 '2차' 를 나간 술집 여종업원의 '화대 (花代)' 를 뇌물로 인정, 추징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직무 관련성이 명백한 경찰관.구청직원의 경우에 적용할 수 있을 뿐 판.검사에게는 무리라는 시각이 많다.

법조계 관행상 자기가 맡은 사건의 처리를 놓고 향응을 제공받은 판.검사들은 흔치 않다.

이 때문에 향응을 받은 판.검사들을 사법처리할 수 있느냐에 대해 법조계 내부에선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그럼에도 검찰이 이번 사건만큼은 의정부사건보다 훨씬 강도높게 처벌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일부 판.검사는 사법처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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