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민련 지구당사무실 수색으로 2與 갈등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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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의 지난해 12월 30일 자민련 대전시지부 및 이원범 (李元範) 의원 지구당사무실 압수수색으로 야기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가 조속한 봉합을 지시했지만 의원들은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 며 기세가 등등, 자민련 내부도 이견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자민련은 31일 오전 긴급 총재단회의를 소집했다.

박태준 (朴泰俊) 총재가 주재한 회의에는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를 포함한 7명의 부총재단, 박준병 (朴俊炳) 총장 등 당3역과 대전지역 의원들이 참석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대상인 이원범 의원도 출석했다.

회의에서는 온갖 불만들이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공동여당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는 성토가 나왔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 뒤 이완구 (李完九) 대변인은 "박상천 (朴相千) 법무부장관이 수사를 매끄럽게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전화를 우리당 朴총재에게 걸어왔다" 며 "이 문제를 국회 본회의와 연관시키지는 않기로 했다" 고 밝혔다.

李대변인은 "검찰이 압수수색한 물품들을 곧바로 돌려줬고 법무부장관이 사과했다는 점을 유념해 달라" 며 파문이 더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기대했다.

자민련 지도부가 이처럼 유화적 표정을 짓게 된 것은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사태발생 직후 진화에 나섰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날 오후 비공개로 열린 자민련 의원총회에선 분위기가 확 달랐다.

의총이 소집된 원래 목적은 당 지도부가 여권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경우 의원들의 참석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혹 떼려다 혹 붙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칠환 (金七煥).조영재 (趙永載) 의원 등은 "이런 식으로 당하면서 그게 공동여당이냐. 갈라서려면 빨리 제 갈 길 가는 게 낫다" "본회의에 절대 참석할 수 없다" 는 등 폭탄성 발언을 퍼부었다.

자민련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날 열린 국민회의 의총에서는 자민련을 두둔하고 검찰을 비난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설훈 (薛勳) 의원 등이 줄줄이 나서 "공동여당의 시지부를 사전통보도 없이 압수수색하는 게 말이 되느냐" 며 동정론을 폈다.

하지만 자민련 대전시지부 압수수색 파문은 해를 넘기고도 계속될 분위기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은 공동여당이 순식간에 '갈 데까지 갈 수 있는' 사이임을 입증해준 측면도 있어 향후 두 여당의 관계가 주목된다.

김종혁.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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