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사랑'…중국음식점 주인들 작은 선행 이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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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썰렁한 세밑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자장면 사랑' .소년소녀가장이나 혼자 사는 노인, 장애인 등 불우이웃을 소리 소문 안나게 도와주는 중국음식점 주인들의 작은 '선행' 들이 이어지고 있다.

○…용인 백암면 근창마을에서 '중국성' 을 운영하는 오현호 (吳鉉鎬.45).이자영 (李慈英.45) 씨 부부는 7년째 매달 한두차례씩 정성껏 만든 자장면을 오토바이에 싣고 6㎞ 가량 떨어진 '성가원 (원장 비베네란다 수녀.36)' 으로 달린다.

이곳에 살고 있는 지체 장애인.정신박약아 등 16명에게 간식을 먹이기 위해서다.

吳씨 부부는 "처음에는 친인척들이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무슨 봉사냐' 며 비아냥대고 주변상인들도 '장사속' 이란 눈치를 줘 몇 번이나 중단하려 했으나 자장면을 기다릴 아이들의 모습이 아른거려 포기할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수원 권선초등학교 정문 앞 6평 남짓한 '정문중국집' (주인 方姬京.37.여) 은 매주 주말 점심때마다 꼬마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이 집에서 소년소녀가장 등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점심을 굶는 결식아동들에게 자장면을 무료로 주기 때문이다.

주인 方씨는 지난 7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11.4년) 로부터 "반 친구들 중 쌀이 없어 점심을 거르는 아이가 많다" 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장면 봉사' 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10여명의 결식아동 명단을 학교측에서 넘겨받아 무료급식이 없는 토.일요일 점심을 제공해오다 점차 대상 아동들을 넓혀가고 있다.

○…안산 반월중학교 인근 명성관 중국집 주인 백명근 (白明根.34) 씨는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3시간 동안 외롭게 사는 동네 노인 1백50여명에게 자장면을 대접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이 일을 시작한 白씨는 "지난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10개월 동안 입원했을 때 주위에서 베풀어 준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노인들을 모시게됐다" 고 말했다.

白씨는 결식아동.무의탁노인 등에도 자장면을 제공하기 위해 '반월한마당 봉사회' 를 결성키로 하고 회원을 모집 중이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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