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함께 하는 방학 학교교육보다 더 유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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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자녀의 방학이 시작됐다. 방학은 부모와 자녀 간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좋은 기회.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교육강사 함수정 (咸受貞)씨는 "요즘 아이들은 조금만 커도 또래하고만 어울리려고 하는 만큼 아직 저학년일 때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을 많이 가져보라" 고 권한다. 무조건 학원부터 보내기보다 아이에게 '부모와 함께' 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 가족의 일원이라는 의식도 키워나가라는 것.

주부 정경순 (46.경기도 성남시 서현동)씨는 아이들이 어릴 적에 방학이면 동대문 헌책방시장에 함께 갔던 추억을 들려준다. 헌책들을 싸게 이용하는 법도 가르쳐줄 수 있었고, 하나씩 둘러 매고 간 배낭에 욕심껏 채워 온 책들을 서로 다 읽도록 체크해주던 재미가 적지 않았다고. 참고서나 학습지 역시 부모가 함께 골라주다 보면 부모 자신도 아이의 학습단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 '삼국지' 등 역사물이나 전기문 중에는 주제가 같으면서 초등학생용.중고생용.성인용으로 난이도가 다른 것이 많으므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고 서로 토론해보는 것도 좋다.

여행도 좋은 대화의 장. 방학을 이용해 새 학년 사회교과서에 나오는 곳을 미리 견학해 보면 좋은데, 아이와 부모가 서로 역할 분담을 해 여행준비를 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엄마.아빠는 식사와 교통편을 맡을 테니 넌 어떤 길로 가서 무엇을 보고 올지 총지휘를 하렴" 하고 맡겨 보라는 것. 아이에게 여행시 작은 수첩에 일일이 메모를 하게 한 뒤 집에 오면 지도를 크게 확대 복사해 다녀온 곳과 경로를 색연필 등으로 표시하게 하면 지리공부도 된다. 부모의 여행소감 등을 곁들여 가족신문을 만들게 하면 더욱 좋다.

가족 각자가 즐겨보는 TV프로그램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해 본다. 부모는 아이에게, 아이는 부모에게 각각 뉴스나 드라마, 만화나 오락프로의 시청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한다든지, 서로에게 좋은 프로를 권하다보면 자연스럽게 TV시청을 줄이고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게 된다.

또 방학은 아이에게도 부모의 일을 이해시킬 수 있는 기회. 우선 작은 집안 일들은 돕도록 시키되 의무가 아닌 놀이로 느끼게 하는 것이 좋다.

주부 백정선 (44.서울 강동구 명일동)씨는 아들에게도 신학기 때 필요한 손걸레를 미리 만들어 보게 했었는데, 엄마와 나란히 앉아 바느질하는 것을 무척 재미있어 할 뿐 아니라 어렵지 않게 바느질을 배우더라는 것. 또 아이를 부모의 직장에 데려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서울잠실에 사는 이후남 (35.여)씨의 경우 지난 여름방학 때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을 남편이 다니는 건설회사와 자신이 일하는 화장품가게에 데려가 보았는데 부모 직업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더라고.

유치원생의 경우 카세트테이프에, 큰 아이는 비디오테이프에 녹음.녹화를 해보도록 하는 것도 좋은 추억을 만드는 길. 주부 이종희 (35.서울 중랑구 신내동)씨는 지난 여름방학에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노래를 하고 이씨는 시낭송을 한 녹음테이프를 다시 틀 때마다 온 가족이 웃음바다가 된다고. 아이가 커서 변성을 한 뒤에도 의미 있는 '기록' 이 될 것 같단다.

건강을 위해 이른 아침에 온 가족이 함께 뒷산에 오르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은 금상첨화. 실내에서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요에 맞춰 가벼운 율동을 함께 하면 아이와 공감대를 넓힐 수 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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