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주 전 청장 발언 '각본수사다' 한나라당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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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임채주 전 국세청장이 국세청 불법 자금 모금사건과 관련해 "이회창 총재로부터 격려전화를 받았다" 고 한 법정 진술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예상대로다.

여권이 "생각했던 대로" 라는 식의 차분한 대응을 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격하게 반발했다.

국민회의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이나 자민련 이완구 (李完九) 대변인은 "李총재가 세도 (稅盜) 사건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를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며 재판 진행과정과 그 결과를 주목할 것" 이라고 입을 맞췄다.

굳이 '세풍 (稅風)' 사건이 재판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또 다시 야당이 이 사건을 정국 경색의 빌미로 삼는 데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한꺼풀씩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李총재도 소환.조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라는 강성 기류가 있지만 겉으로 내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한나라당에서는 李총재가 직접 도마위에 올랐다는 '위기의식' 을 곳곳에서 표출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죽이기를 위한 짜맞추기 각본 수사며 조작극" 이라고 규정했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20일 "李총재가 林씨에게 격려전화를 한 적도, 이회성씨가 林씨.이석희 전 국세청차장과 3자회동을 한 적도 없는데 林씨가 사실무근의 진술을 했는지 아연실색할 따름" 이라며 "강압수사에 못이긴 林씨가 억지 진술했다는 의혹이 짙다" 고 비난했다.

李총재도 "그런 전화를 한 적이 없다" 고 일축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 내각제 개헌문제로 불거진 국민회의 - 자민련간 불협화를 덮기 위한 '이회창 죽이기 2탄' 이란 분석도 곁들였다.

2여 (與) 의 내부 갈등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다.

또 林씨가 최근 구속집행정지로 출소, 병원에 나와있는 점을 들며 林씨와 검찰간의 '뒷거래 의혹' 도 제기했다.

이정민.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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