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구조조정]각계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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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에 대해 여권은 경제회생의 획기적인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한 반면 야당은 시장경제원리를 해치는 졸속정책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경실련.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합의사항이 이행될 경우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재벌소유구조 개선.실업대책 등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국민회의 = 구조조정 내용이 예상보다 광범위해 대외신인도 회복과 국내 경기활성화의 결정적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원길 (金元吉) 정책위의장은 "외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국내 투자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가 재벌문제였다" 며 "이 매듭이 풀리게 됨으로써 외자가 본격 유입될 것" 이라고 전망. 金의장은 또 "이번 조치는 세간의 예상보다 훨씬 강도높은 효과를 낼 것" 이라며 "강한 기업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 경제가 산다" 며 대기업의 핵심업종 집중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도 "국민의 정부 경제정책 중 가장 핵심사항인 재벌개혁이 실현됨으로써 경제회생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 이라고 기대했다.

鄭대변인은 이어 "이번 조치로 과도한 재벌의존이라는 병폐가 고쳐짐으로써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 한나라당 = 성과주의에 급급한 졸속처리라며 비난했다.

대기업을 환란 (換亂) 주범으로 몰아 희생양으로 삼음으로써 국민 정서를 달래려는 반 (反) 시장경제주의적 조치라는 것이다.

이상득 (李相得) 정책위의장은 "정부는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에만 그쳐야지 기업 구조조정에까지 관여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며 "정부는 원칙만 제시하고 구조조정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고 역설했다.

◇ 자민련 = 대기업 스스로가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어서 청와대 주도의 이번 조치는 불가피했다는 반응. 박태준 (朴泰俊) 총재는 "재벌들이 기본적인 약속이행을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일부 기업들의 부채는 오히려 증가했다" 고 대기업들의 행태를 비판. 이어 "이런 상황에서라면 국가가 대기업 구조조정에 개입, 중재를 강행하는 것도 불가피하다" 고 평가했다.

◇ 시민.노동계 = 참여연대 김기식 (金起式) 정책실장은 "과거의 합의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방향은 잘 설정돼 있다" 면서도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기업의 시행과정을 면밀히 감독, 제대로 시행되도록 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 라고 말했다.

또 경실련 하승창 (河勝彰) 정책실장은 "이번 합의사항은 주력기업 위주의 재편 등 재벌 구조조정에 집중돼 있으나 상대적으로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부분은 미약하다" 며 "계열사간 간접상호출자 등을 통해 총수에 의해 경영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최대열 (崔大烈) 홍보국장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많게는 수만명의 실업이 우려된다" 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이회수 (李晦壽) 대외협력국 부국장도 "재벌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채탕감이나 출자전환 등 세제상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재벌에 대한 또 다른 특혜" 라며 "고용승계 등 노동자의 생존권이 무시되는 구조조정은 반대한다" 고 밝혔다.

한편 노동부는 "사업교환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불확실하지만 주식의 매매나 영업의 양도.양수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원칙적으로 근로관계가 승계돼야 한다는 게 원칙" 이라고 밝혔다.

또 기업 합병에 따른 과잉인력의 정리해고 때도 근로기준법 31조에 의거, 정리해고 요건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투자자 = 대체로 이번 구조조정안이 한국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강한 편이다.

한 외국계 증권 관계자는 "이 방안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한국 기업의 수익성은 상당히 좋아질 것" 이라면서 "문제는 실천" 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각 기업들의 자산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이들이 과연 순조롭게 팔릴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또 외국인 은행 관계자도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실히 표명된 만큼 한국의 대외신용도 제고에 도움이 될 것" 이라고 지적하고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주주.채권자.근로자 등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 이라고 말했다.

신동재.남정호.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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