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9초4까지도 가능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6면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타이슨 게이(미국·9초71)와 아사파 파월(자메이카·9초84)은 볼트에 이어 각각 2, 3위로 들어왔다. 종전 세계기록은 볼트가 꼭 1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기록한 9초69였다. 자신의 기록을 1년 만에 0.11초 단축했다. 이제 명실상부한 ‘볼트 시대’가 열린 것이다. AP통신은 “볼트의 경쟁자는 오직 시계뿐”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세기의 대결답게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다. 스타트 반응속도는 파월이 0.134초로 가장 빨랐고, 게이(0.144초)도 스타트에선 볼트(0.146초)보다 앞섰다. 하지만 이번 레이스에서 볼트는 그 차이를 크게 줄였다. 종전까지 볼트는 출발 반응속도에서 경쟁자들보다 0.03초 정도 뒤졌지만 이날은 2위를 한 게이에 비해 0.002초가 뒤졌을 뿐이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타팅 블록을 힘차게 차고 나간 볼트는 10m를 지나면서 게이, 파월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20m를 통과하면서 폭발적인 가속도로 경쟁자들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결승선 40m 전부터 여유를 부렸던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때와 달리 볼트는 끝까지 신중한 레이스를 펼쳤고 마침내 세계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레이스를 마치는 순간 전광판에는 9초58이라는 숫자와 함께 세계신기록을 알리는 문구가 떴다. 관중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100m를 내달리는 동안 볼트는 41걸음을 내디뎠고, 게이와 파월은 각각 44걸음에 골인했다.

볼트는 “쉬운 레이스가 아닐 것으로 예상했으나 세계기록으로 우승해 너무 기쁘다. 앞으로의 목표도 더 좋은 기록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회 우승자 게이는 사타구니 통증에도 불구하고 역주를 펼쳤으나 볼트의 기세에 밀려 9초71, 미국 신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게이는 “오늘 기록 이상으로 뛸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무관의 제왕’ 파월은 이번에도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베를린=최원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