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2개 기업 거느린 '히피사업가' 김용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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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믿기 어려운 일만 벌인 사람. 대학 영어학점 F, 토플점수는 6백42점. 어려운 집안형편에도 20대에 83개국 여행. 30대에 12개 계열사를 둔 그룹의 회장 등등. 국내에선 워킹홀리데이협회를 만들어 유명세를 탄 히피 사업가 김용삼 (36.호주국제그룹회장) 씨에게 달린 꼬리표들이다.

독특한 것은 이력만이 아니다.

찢어진 청바지.말총머리 거기다 카우보이 모자까지 쓴 차림새는 정말 그가 12개 업체를 가진 회장이 맞는지 의아스럽다.

87년 낯선 땅 호주로 유학을 가서 시작한 그의 첫 사업은 보따리 장사. 부모로부터 학비 대신 신발.가방 같은 현물을 받은 것이다.

그의 부모가 장사를 해보라며 현금 대신 물건을 보내더란다.

그는 그것을 팔기 시작했다.

4~5배의 마진이 남는 괜찮은 장사였다.

그 재미에 물건 수를 점점 늘이기 시작했고 그 해 그룹의 모태가 된 무역회사 '위컴' 을 세웠다.

사업은 탄탄대로에 올라서 업종이 출판업과 여행업 등으로 다양화됐고 올해부터는 워킹홀리데이협회를 한국에 만들기에 이르렀다.

최근 그가 이 같은 성공비결을 담은 '인생은 딱 한번만 성공하면 된다' (도서출판 지구) 를 냈다.

신세대도 아닌 그렇다고 중년도 아닌 낀세대 (20대후반~30대) 들에게 전하는 성공 메시지다.

그는 낀세대를 H세대라 부른다.

중간 (half) 이면서 어렵고 (hard).무겁고 (heavy) , 서두르는 (hurry) 세대라는 뜻이다.

이들에게 김씨는 인생을 두려워 말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기를 권한다.

그러다 보면 기회는 오기 마련이란 것. 실제 자신이 그랬다고 한다.

두려움 없이 젊은 날 여행을 다녔고 그 후 세상이 달라보이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돈이란 벌겠다며 쫓아간다고 되는 건가요.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할 때 와닿는 거죠" 라는 김씨. 정말 어렵고 무겁고 서두르고 있는 H세대라면 그의 사업가적 배짱과 치밀함을 바탕으로 한 체험담에서 뽑아볼 만한 금언들이 족히 몇은 될 듯 싶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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