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 국회표정]'될듯 말듯' 숨가쁜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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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산안 처리가 하루 또 미뤄졌다.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 (2일) 을 넘긴 여야는 3일 법사위.예결소위를 속개, 계수조정 작업을 벌였으나 '각서설 파동' 까지 터져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오전에는 정부가 한나라당의 요구를 부분수용한 수정안을 제시, 협상이 급진전되면서 예산안이 처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한나라당이 당초 양해했던 제2건국위 직접지원 예산 20억원의 전액삭감을 다시 들고 나오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여기에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이른바 '신변보장각서 요구 파동' 까지 불거져 여야간 감정대결 양상으로 발전, 협상이 전면 중단됐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오후 10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킨 한나라당과 李총재를 집중 성토하는 '시위' 를 벌였다.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연기를 거듭하다 오후 11시 개회됐으나 예산안은 상정조차 하지 못한 채 자동유회됐다.

◇각서설 파동 = 자민련 구천서 (具天書) 총무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박희태 (朴熺太) 총무를 통해 이회창 총재의 소환조사를 하지 말아달라는 신변안전각서를 요구했다는 것. 또 이를 국민회의 한화갑 (韓和甲) 총무가 간접 시인했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가자 한나라당이 발끈했다.

소식을 접한 李총재는 朴총무.신경식 (辛卿植) 총장 등을 불러 " (각서는) 있을 수 없는 얘기" 라고 불쾌감을 피력했다.

朴총무도 韓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에서 하는 일을 어떻게 정치권이 각서를 써오라 마라 할 수 있느냐" 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朴총무는 "상대를 모함하는 풍토 속에서 더이상 국회에 응할 수도, 예산을 심의할 수도 없다" 며 예산안 협상 결렬을 선언. 그러자 韓총무도 부랴부랴 "그런 얘기를 들은 일이 없다" 고 부인, 진화 (鎭火)에 나섰으나 무위로 끝났다.

◇국민회의 반박 = 예산안뿐 아니라 경제청문회 특위구성 문제도 함께 처리하려던 여당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국민회의는 오후 10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 한나라당을 집중 성토했다.

韓총무는 "한나라당에서 정치적 흥정을 하자고 요구한 적은 없다" 며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바꿔가면서 내거는 것을 보면 속셈이 뭔지 모르겠다" 고 비난.

이에 앞서 韓총무는 한나라당이 제2건국위 20억원 삭감주장을 계속 들고나온데 대해 朴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 추진사업인데다 이미 해주기로 한 것을 왜 다시 문제삼느냐" 고 언성을 높였다.

韓총무는 이어 具총무와 접촉을 갖고 예산안과 경제청문회 국정조사계획서의 단독처리 강행을 결정, 한때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본회의.예결위 = 당초 오후 2시 열기로 했던 본회의는 예결위 계수조정작업 등이 지연돼 오후 5시→오후 9시→오후 11시 등으로 계속 연기됐다.

예결위 전체회의도 계수조정소위가 늦어짐에 따라 결국 열리지 못했다.

박준규 (朴浚圭) 국회의장도 한때 의장 직권으로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시켜 강행처리하려는 입장을 보였으나 여야의 감정이 격해지면서 유보했다.

◇법사위 = 전날의 산회소동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간 책임공방이 거셌다.

목요상 (睦堯相) 위원장이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부가세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져 곤혹스럽다" 며 "심도있는 심의를 위해 뒤로 늦춘 것이니 오해없길 바란다" 고 해명. 한나라당 홍준표 (洪準杓) 의원은 "박준규 국회의장이 법사위가 월권한 것처럼 발언한 것은 유감" 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정민.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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