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IMF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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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국제통화기금 (IMF) 으로부터 2백10억달러를 받는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한 지 3일로 꼭 1년을 맞는다.

97년 12월 3일 가용 외환보유액은 1억달러. 국가부도의 찰나에 IMF지원금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1년이 지난 지금 가용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고치인 4백65억달러. 물론 대부분 남의 돈을 끌어다 쌓은 것이지만 아무튼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외환시장이 당초 우려보다 빨리 안정을 찾은 것은 다행이지만 지난 1년 동안 국민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사상 초유의 실업대란이 대표적이다.

실업자는 지난해 12월 65만8천명에서 올 10월 1백54만명으로 1백만명 가까이 늘었다.

아예 취직을 포기하고 공부를 하거나 집안에 들어앉은 사람을 포함한 실질 실업자는 2백5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동산 침체도 심각했다.

주택매매가격이 올 1~10월 사상 최대수준인 12.4%나 하락했다.

미분양아파트도 10만호가 넘는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3.9%에서 올 3분기 마이너스 6.8%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12월 3일 정부와 IMF는 올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했으나 전혀 오판이었다.

정부는 내년에 플러스성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IMF는 마이너스 1%로 보고 있다.

반면 경상수지는 IMF 덕을 본 경우다.

IMF체제 이전까지만 해도 적자를 지속했으나 원화환율이 오르면서 지난해말 이후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졌다.

내년에도 2백억달러 안팎의 흑자가 예상된다.

부도는 지난해 12월 하루평균 1백28개사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3분의1 수준인 43개사로 줄었다.

금리도 20~30%까지 치솟다 최근에는 IMF체제 이전보다 낮은 한자릿수대로 떨어졌다.

IMF체제 이전까지 '불사 (不死)' 신화를 이어가던 금융기관이 IMF체제 이후 문을 닫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다.

5개 은행이 퇴출된 것을 비롯해 1백개 가까운 금융기관들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탈출하라' 는 지시에 따라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이 7억4천만달러나 빠져나갔으나 올 10월에는 6억1천만달러가 들어오는 등 회복세다.

올 한때 200대로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가 최근들어 활발한 거래와 함께 400대로 올라섰다.

고현곤.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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