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1년 원인·대책 분석 경제서 잇따라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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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IMF 98'이 가고 있건만 끝은 보이지 않는다. 간혹 튀어나오는 낙관론은 더 두렵다.

경제학의 합리적 기대가설을 말하지 않더라도 '한가닥 희망'은 필요하지만 그게 만일 터무니 없는 것이라면 후유증은 얼마나 심각할까. 아니 그렇게 얼렁뚱땅 일어선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 즈음 자꾸 처음을 되돌아 보게 하는 경제서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마 그런 부분을 경계하려는 의미일 것이다.

우선은 현직 기자 박정태(한국일보 국제부)씨의 '아시아 경제위기'(부키.1만2천원).

지난해 벽두 태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에서부터 동아시아 전체를 흔드는 최근까지의 상황을 일지형식으로 전한다. 처음엔 전염이었다가 나중엔 위기증폭으로 확산되는 과정이 적절한 분석과 함께 전개되고 있다.

차동세(LG경제연구원 고문) 박사의 '한국경제 대전환의 길'(21세기북스.1만원)은 위기의 주범을 고비용(고금리.고임금.고지대)으로 간주하고 대안찾기에 골몰한다.

산업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 등에서 익힌 이론과 실물에의 해박한 지식으로 정부.기업.근로자 그리고 일반 지식인들을 향해 전환의 대명제를 제시하고 있다. 정실자본주의와 국가 리더십의 회복이 선결과제라는 주장이 명쾌하다.

지금 고통의 시간을 선진국으로의 편입을 위한 진통으로 간주하는 후카가와 유키코(아오야마대 경제학부) 교수의 '대전환기의 한국경제'(나남.1만4천원)는 우리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든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개별 국가의 역사적 '경로 의존성'. 이 결과 한국은 민족주의와 대외지향성이 접목된 특유의 경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위기극복의 방안으로 거론 중인 '빅뱅'과 '점진적 개혁론' 선택여부는 비교제도분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광(외국어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펴낸 '알기 쉬운 경제원리와 올바른 경제정책'(비봉출판사.1만원)은 현시점에서의 경제 재교육 개념을 담고 있는 책이다.

문제해결을 위한 결단은 결국 경제관료가 아닌 정치권의 몫이고 궁극적으로는 공정한 '게임의 법칙' 정립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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