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귀국 회견]북핵 의혹은 있고 확증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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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20일 서울공항 도착 직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金대통령은 시종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교적 성과를 부각시키면서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안보.화해의 병행정책 추진을 재다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북한 영변 부근 지하시설에서 플루토늄의 흔적이 발견되고, 미국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특사도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진상과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미국은 북한의 핵에 대해 큰 의심을 갖고 있다.

이미 몇달전 미국으로부터 영변지역 지하시설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꼭 핵시설이라기보다 의혹이 있어 알아봐야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서 북핵문제는 의혹은 있으나 확증이 없는 상황이고,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위반했다는 증거도 없다.

확증없이 사태를 악화시키면 우리 경제를 회복하는데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남북관계는 침착하게 인내심을 갖고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한다. "

- 북한 핵의혹 시설 사찰과 관련, 미국과도 마찰이 우려된다.

"북한 지하 핵시설 의혹은 마땅히 밝혀져야 한다.

북한이 핵을 만들지 않고 있다면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호주머니 속에 뭘 감추고 있는게 아니면 그대로 꺼내서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닌가.

북한도 사태악화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 "

- 금강산에 관광객이 가있는 상황에서 강화도 앞바다에 북한 침투선으로 보이는 괴선박이 출현했다.

대응방안과 앞으로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아직 보고를 못받았다.

자세한 보고를 받고 대책을 세우겠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잠수정 침투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사건들이 계속됐는데, 이는 남북관계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 한건 한건마다 너무 예민하게 대응하거나 당황해서는 안된다.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철저히 대비한 가운데 안보와 화해협력을 병행해 가면 된다. "

- 최장집 (崔章集.고려대) 교수의 논문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사법부의 판결을 기다려 존중하겠다.

일단 법무비서관을 시켜 이 문제를 검토하게 했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 는 중간보고를 받았다.

여러가지 이론의 여지는 있겠지만 법원이 결론을 내릴 때까지 의사표시를 삼가겠다. "

- 아태경제협력체 (APEC)에서 내수진작을 주창했는데, 앞으로 경제정책은 어떻게 해나가겠는가.

"이미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은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개혁도 철저히 진행하겠다.

국민도 너무 위축되지 말고 여유있는 사람은 애국하는 마음으로 돈을 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 바란다. "

- 중국 방문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중국은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 정부가 북한과 화해협력하려 한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했다.

이는 중국의 한반도정책과도 일치한다.

따라서 중국은 우리와 같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

중국내 원전.고속철건설 등에 대한 우리 업체의 참여를 부탁한 데 대해서도 모두 긍정적 대답을 얻었다. "

- 한.중 군사협력이 한.미 안보협력관계 등에 미칠 영향은.

"중국과 미국은 성격이 다르다.

미국과는 적대세력의 침략 등에 공동 대응한다는 차원이고, 중국과는 전쟁이나 침략을 미리 막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

- APEC의 결정이 구속력이 없고, 일부 안건에 대해서는 합의를 못해 성과가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회의 실효성에 문제가 일부 있지만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

조기 무역자유화 문제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지만 세계무역기구 (WTO)에서 다시 논의해 내년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결론을 낼 것이다.

좀더 효율적 회의가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다음 회의에서 제시하겠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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