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지시로 급조 대책없는 '수출대책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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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특별지시로 만들어진 '수출비상대책반' 이 흐지부지 운영되고 있다고 국민회의 의원 (南宮鎭) 이 정부를 정면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대책반의 구성원인 경제부처 실.국장들의 참석률은 저조하고, 수출애로를 호소해온 업체들에 대한 실사과정이 생략되거나 지원책에 대한 사후점검을 하지 않는 등 '부실행정' 의 요인들을 골고루 갖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9월 이후 세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25건의 안건을 처리하는 데 그쳤고, 그나마 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 등 일선기관에선 대부분 지원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자원위 南宮의원은 "정부가 수출 총력 지원체제를 구축했다고 기업들을 속여온 셈 "이라고 비난했다.

◇ 수출비상대책반 구성 = 지난달 8일 산업자원부를 방문한 金대통령이 수출기업의 현장애로를 관계기관 합동회의에서 직접 해결해주는 비상지원체제를 구축하라고 지시해 구성됐다.

산업자원부 무역정책실장이 반장을 맡고 청와대 산업담당 비서관과 재정경제부.산자부.금감위 관련국장, 한국은행.산업은행 임원과 무역협회 상무 등 11명이 고정멤버. 신용보증기금과 수출보험공사 등의 보유자금 4조4천억원을 지원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 졸속 운영 = 1차회의 (9월 15일) 때는 고정멤버중 6명이 참석했고, 2차회의때는 3명만 참석. 청와대 산업비서관은 세차례 회의 모두 불참했고,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금감위 기획실장.한국은행 이사 등 힘있는 기관의 멤버들은 부하직원을 대신 보냈다.

세차례 회의는 결국 결정권없는 실무자들만 모인 채 진행됐고,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았다.

◇ 엉성한 심사 = 무역협회 국제통화기금 (IMF) 대책반에서 65건, 산자부에서 8건의 수출업체 애로사항이 들어왔지만 회의에선 25개 기업에 대해서만 자금을 지원키로 결정. 대책반이 대상업체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서류만 훑어보고 결정하다 보니 일선 금융기관들로부터 '퇴짜' 당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선 통보된 4건중 1건 (3억5천만원 보증) 만 처리됐고, 신용보증기금은 15개기업에 대해 7천억원의 보증을 서주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1개기업에 1억원만 보증을 섰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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