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LG김동수 고비때마다 '일등공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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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LG의 포스트시즌 3연승 뒤에 '오리' 김동수 (30)가 있다.

김동수의 개성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하고 지루하지 않다는 데 있다.

김재현.서용빈 같은 신세대 스타들과 달리 화려한 맛은 없지만 결정적인 고비에서 큰 것 한방을 터뜨리며 LG의 상승세를 이끈다.

김은 OB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0의 균형을 깨는 솔로홈런을 뿜어냈고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5 - 3으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9회초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짜리 아치를 그려냈다.

LG가 장타력에서 OB.삼성에 열세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포스트시즌 세경기 홈런 수에서 4 - 0으로 앞서고 있는 것도 김의 활약 덕분이다.

김은 지난해 LG가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꺾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다섯경기에서 16타수 7안타, 4할3푼8리의 고타율에다 2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삼성을 3승2패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라서는 데 한몫 했다.

김이 올해 포스트시즌 장타력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것은 어려서부터 몸에 밴 '무대 체질' 에서 비롯된다.

김은 아마시절부터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 를 밟아왔고 유난히 결승전에 강해 상복이 많은 선수였다.

서울고 2, 3학년 때 2년 연속 팀을 대통령배 고교야구 정상에 올려놓으며 두 차례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역대 대통령배에서 최우수선수상 2회 수상자는 임신근.남우식.김동수 등 3명뿐이다.

김은 한양대에 진학해서도 아마야구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 등 큰 무대에 강했다.

프로 첫해였던 90년 신인왕을 차지하며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것도 김의 진가를 입증해 준다.

꾸준히 제 몫을 하다가 결정적일 때 한방을 터뜨리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교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김은 삼성을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 후배 박경완 (현대) 과 국내최고 포수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고 벼른다.

그리고 완승을 거두면 유난히 턱이 길어 붙여진 '오리' 라는 별명 대신 '백조' 로 불리기를 바라고 있다.

대구 =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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