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올 미국 판매량 닛산 제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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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 삼아 미국 시장에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정부의 중고차 보상판매 프로그램 덕을 보면서 4만5553대를 팔아 올해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 증가한 것이다. 기아차도 지난달에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2만9345대를 팔았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일본 자동차회사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내 올해(1~7월) 누적 판매량(42만6988대)에서 일본 닛산(41만9591대)을 제치고 미국 내 6위로 발돋움했다.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의 근로자들이 완성된 쏘나타의 품질을 최종 확인하고 있다. 현대차미국법인은 지난달 시작된 미국 정부의 ‘중고차 보상 프로그램’에 힘입어 올해 월별 판매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차 제공]


미 정부의 중고차 보상판매 프로그램이란 중고차를 팔고 연비가 좋은 새 차를 살 경우 최대 4500달러까지 지원해주는 것이다. 현대차의 지난달 판매량 가운데 22%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판매됐다.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되는 쏘나타는 1만3381대가 팔려 지난달 최고 실적을 견인했다. 이어 아반떼(1만1771대)가 1만 대를 넘겼고 연비가 상대적으로 나쁜 제네시스는 중고차 보상 프로그램의 역효과로 1037대에 그쳐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판매 호조는 차별화된 마케팅이 이끌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신차 구입 후 1년 내 실직하면 차량을 반납하거나 할부금을 보조해 주는 ‘실직자 보상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어 지난달에는 신차 구입 고객에게 1년간 휘발유 갤런당 1.49달러에 주유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가솔린 어슈어런스’를 시작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엔화 강세가 지속돼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못하는 일본의 도요타·혼다 등은 판매 감소폭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병호 현대차미국법인장은 “경쟁차 대비 품질 및 우수한 연비가 강점인 베르나·아반떼·쏘나타의 선전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미국 자동차 판매가 올해 들어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미 정부가 지난달 24일 시작한 중고차 보상판매 덕분이다.

미국 2위 포드는 1년 전보다 2.4%를 더 팔아 2년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을 했다.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포드는 지난달 16만4795대(중·대형 트럭 제외)를 팔아 1년 전보다 2.4% 늘었다. 포드 실적이 늘어난 것은 200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GM과 크라이슬러는 각각 19.4%와 9.4% 줄어든 실적을 냈으나 감소폭은 올 들어 가장 작았다. 도요타도 지난해보다 판매 실적이 11% 줄었지만 6월에 비해선 판매량이 28% 증가 했다.

그러나 지난달 자동차 판매 호황을 이끌어낸 미 정부의 중고차 보상판매 정책은 미 상원의 제동으로 중단 위기에 처했다. 당초 미 정부가 책정한 10억 달러의 예산이 시행 일주일 만에 바닥났다. 미 정부와 하원은 지난달 31일 20억 달러 증액안을 통과시켰으나 상원이 이를 보류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1월 1일까지 운영하기로 했었다.

김태진 기자,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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