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구 마임극단'14일부터 대학로서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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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동수.유진규 등과 함께 70년대 중반 공간사랑.삼일로 창고극장 등에서 활동을 시작한 1세대 마임배우 김성구 (47)가 미국에서 약 6년 만에 돌아와 '김성구마임극단' 을 창단, 첫 공연을 갖는다.

85년 국내 첫 마임전문 '매호씨극단' 을 만들기도 했던 그는 92년 모친이 거주하는 미국 뉴욕으로 마임공부를 떠났다.

뉴욕생활에 대해 묻자 정규 연기학교는 다니지 않았던 대신, 당시 '데드맨' 을 찍고 있던 영화감독 짐 자무시의 촬영팀을 기웃거렸던 일 등을 들려준다.

연극무대가 아니라 영화촬영장을 찾아갔던 이유는 "마임 영화를 찍고 싶다" 는 바람 때문이라고. 이 역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 '욕망' 에 나오는 마임장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탓이라고 한다.

그동안에도 96년 12월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의 진 프랭클린 극장에서 공연을 갖는 등 마임배우로서의 관심과 활동은 지속했던 셈. 대학로 은행나무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70년대 중반 초연했던 레퍼토리 '신촌70' 과 신작 '십분심사일분어 (十分心思一分語)' '상선약수 (上善若水)' 등 모두 4편의 에피소드를 한데 묶어 그 중 '별과 방랑자' 를 대표제목으로 내세웠다.

춘천마임축제 등 올해 돌아본 국내 마임무대를 두고 "반쯤은 춤, 반쯤은 코미디가 되어 마임의 순수성을 잃었다" 고 비난하는 그는 일반인들에게 마임의 고정관념처럼 되어버린 흰색 분칠 없이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말이 홍수인 시대에는 침묵이 오히려 강한 언어" 라고 주장하는 그는 이번 공연에 '묵극 (默劇)' 이란 표현을 고집한다.

전주헌.도희경.최지혜 등 세 젊은 배우가 함께 무대에 선다.

연출 이원기. 14~18일. 02 - 3672 - 6051.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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