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서울시주사 이재오씨 2억 수뢰 드러나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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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0여년간 재개발 인허가 업무를 맡았던 전직 서울시 주사 (6급)가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소유한 재력가란 사실이 검찰수사로 드러났다.

서울지검 강력부 (朴英洙부장검사) 는 2일 서울신문로지구 재개발사업자 ㈜거삼회장 최수현 (崔壽賢.54) 씨로부터 2억1천5백만원을 받은 혐의 (뇌물수수) 로 전 서울시 재개발과 행정주사 이재오 (李載五.62) 씨를 구속기소했다.

李씨는 96년 재개발 사업추진중 자금난으로 사업중단 위기에 빠진 崔씨로부터 "재개발사업 시행권을 유지시켜 달라" 는 청탁과 함께 10차례에 걸쳐 2억1천5백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李씨의 재산을 추적한 결과 온천단지로 개발되면서 가격이 2백억원대로 치솟은 경북김천군부항면 임야 1만7천평을 비롯해 시가 5억원대의 서울상도동 단독주택, 경기도군포시.강원도고성군.전북부안.고창.군산 등에 10여건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李씨는 특히 개발예정지만 골라 81년부터 부동산 23건을 사들이고 15건을 되파는 등 부동산 투기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李씨는 체신부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76년 서울시로 옮긴 뒤 84년부터 96년 정년퇴임 때까지 12년동안 부서를 옮기지 않고 재개발과에서만 근무했던 '재개발 터줏대감' .4~5년전 자신이 타과로 전출 발령이 나자 이를 취소시킬 정도로 위세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李씨 재산의 상당부분이 재개발사업과 관련,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 모은 것으로 보고 재산 축적과정을 집중추궁했다.

하지만 李씨는 "헐값에 사들인 부동산 값이 뛴 것" 이라며 부동산 매입자금의 정확한 출처에 대해서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李씨는 정년퇴직 후엔 전남 장흥군의 석산채취 사업체인 쌍용석재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서울시 재직중이던 91년부터 '부업' 으로 석산채취사업에 투자하는 등 정년후를 대비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조합 간부와 시공업자, 공무원간의 유착관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중하위직 공무원이 수백억원대를 치부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고 말했다.

검찰은 李씨가 상급자들에게 도자기.그림 등을 선물하며 친분을 유지해온 사실을 밝혀내고 李씨가 인사청탁과 개발정보 입수 등을 위해 고위직에 뇌물중 상당액을 상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한편 검찰은 李씨에게 뇌물을 준 사업자 崔씨를 뇌물공여혐의로 구속기소하고 崔씨의 편지 심부름 등 수감생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천1백만원을 받은 혐의로 설진옥 (薛鎭玉.48) 씨 등 영등포구치소 직원 3명을 함께 구속기소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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