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자연다큐 촬영 후일담 방영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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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도대체 자연다큐멘터리에서 동물촬영을 하는 건 얼마나 고단한 걸까. 13~15일 EBS '시베리아, 잃어버린 한국의 야생동물을 찾아서' 를 보면 조금 짐작이 간다.

쇠냄새의 무인카메라까지 경계하는 연해주지역 야생 호랑이와 조선 표범. 하물며 사람 근처에는 얼씬도 않는 것이 이들의 습성 아니던가.

촬영에 나섰던 EBS의 박수용 (35).이효종 (32) PD가 내뱉는 말 - '기다림의 미학' 이다.

TV에 방영된 것처럼 두사람은 호랑이.표범의 길목 나무 위 10~20m되는 곳에 소형텐트를 쳐 놓고 호랑이와 표범을 기다렸다.

근처 곳곳에는 무인센서 카메라 (동물의 체온이 전해질 때만 작동) 와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경보기가 설치됐다.

텐트 안의 일반 카메라까지 합쳐 모두 12대. '텐트 속 잠복' 은 두사람이 3주마다 교대하는 방식이었다.

시간을 죽이는 일이라곤 오직 카메라등 장비.식량 등으로 꽉 찬 공간 틈새에서 누웠다 일어났다 하는 것뿐. 호랑이가 냄새를 맡을까 해서 배설물 통마저 밖에 두지 못하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영하 30℃ 겨울 날씨에도 난방은 금물. 역시 냄새 때문이었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그렇게 1년을 기다리며 호랑이와 표범을 각각 10번 정도 만났다.

그때마다 들이키는 보드카 한잔의 맛은 더욱 상쾌할 수밖에. 이런 후일담을 버리기 아쉬워 28일까지 다큐방영을 끝낸 후 9월중에 제작 후일담을 따로 담아낼 예정이다.

집에는 거의 못들어 갔을 두 사람. 문득 가정생활이 궁금해져 박PD에게 결혼은 언제 했느냐고 물었다.

"94년? 95년? 97년?" 한참을 헤매다 이PD의 도움을 얻어 겨우 '96년' 이라고 답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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