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식형 펀드로 ‘U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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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 최근 다시 돈이 들어오고 있다. 주식시장의 조정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펀드 환매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그동안 펀드 환매로 주식을 내다팔아야 했던 투신권이 주식을 사들일 여력이 생겼다는 의미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엔 최근 7거래일(16~24일) 연속 자금이 들어왔다. 24일엔 올 들어 가장 많은 719억원이 순유입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선 한동안 자금이 계속 빠져나갔다. 3월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원금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한 데다, 직접투자 열풍이 일면서 펀드를 깬 투자자들이 많았다.

이에 따라 주식형 펀드는 4월 3452억원, 지난달엔 9677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15일까지 3065억원이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펀드런’ 우려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최근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펀드 환매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펀드시장에서 빠져나갈 사람은 이미 지수 14000선 아래에서 많이 나갔다”며 “1~2주 전부터는 펀드 수탁고가 ‘바닥 다지기’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완만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하반기 국내 증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또 실질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시중의 돈이 주식형 펀드를 포함한 투자 자산으로 움직이고 있다. 비교적 위험이 큰 자산으로 돈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이달 들어 ‘삼성그룹밸류인덱스’, ‘Tops Value 증권투자신탁’, ‘미래에셋드림타겟’, ‘한국투자네비게이터’ 등 각 운용사의 대표 주식형 펀드엔 자금이 들어왔다.

주식형 펀드로 돈이 들어오면서 그동안 줄곧 주식을 내다팔았던 투신권이 순매수로 돌아설 가능성도 커졌다.

동양종금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펀드 환매가 진정되면서 투신권이 주식을 살 만한 여력이 생겼다”며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매도세가 일단락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6월 들어 15일까지 하루 평균 1500억원에 달했던 투신의 순매도 규모가 16~26일엔 평균 50억원 정도로 확 줄었다.

ING자산운용 정윤식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93.5%로 높은 편이지만 최근 투자심리가 좋아지고 있어 운용사들이 주식을 내다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가가 1400선에서 크게 조정을 받지 않자 오히려 주식 비중을 약간 늘리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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