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내달 특례법 시행…누구든 신고할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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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다음달부터 가정폭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아니라 제3자라도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또 상담이나 직무를 통해 가정폭력 범죄를 알게 된 상담소 대표나 아동교육 담당자는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이 7월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연세대 김재엽 (사회복지) 교수가 지난해 전국의 기혼남녀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열쌍 가운데 약3쌍이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부부폭력 발생률은 31.4%로 85년 미국의 16.1%나 94년 홍콩의 14.1%보다 2배 이상 높은 셈. 이렇게 가정폭력은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지만 '가정내의 일' 이라며 불간섭 입장을 취해 온 것이 지금까지 수사당국의 입장. 그러나 7월부터 특별법의 시행으로 정부가 적극 가정폭력에 간섭, ^가정폭력을 휘두른 사람에 대해 피해자에 접근금지 ^친권행사금지 ^보호관찰을 비롯한 1백시간 이내의 사회봉사 수강명령등 보호처분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법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지원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것들도 많다.

지난 19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무총리실 청소년보호위원회 주최로 열린 '가정폭력과 청소년' 심포지엄에서는 이러한 지적들이 쏟아졌다.

우선 사건을 다루게 될 일선 경찰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여성개발원 변화순 (卞化順) 수석연구위원은 "폭행이 일어나는 가정과 첫번째로 접촉하는 기관으로써 경찰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면서 "종래의 인식에서 벗어나 가정폭력을 폭력.범죄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일선 경찰들을 교육.훈련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피해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보호시설도 아직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 보건복지부의 안창영 과장은 "특별법상 피해자를 치료보호할 경우 가해자가 비용부담을 하도록 돼 있으나 만약 가해자가 지불 능력이 없으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부담하고 돌려받게끔 하고 있으나 예산상의 문제로 올해는 집행이 어려울 것" 으로 내다봤다.

이 심포지엄에서 가장 논란을 빚은 것은 가정폭력 사건을 전담할 전문경찰인력의 양성. 金회장과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郭培姬) 부소장은 효율적인 법집행을 위한 방안으로 전문경찰관 양성을 제안했으나 법무부의 봉욱 (奉旭) 검사는 전문경찰 양성에는 '소수의 교육' 에 그친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사를 피력. 그는 " '가장 좋은 교사는 체험' 이므로 상담소.병원 등에서 활발하게 신고를 해주고 이를 받아 경찰.검찰.법원에서 사건을 처리를 해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가정폭력에 대한 '교육' 을 받게 될 것" 이라고 확언했다.

가정폭력법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법적 보완도 필요하다.

郭부소장은 "특별법에 아동교육 담당자, 아동이나 60세 이상 치료담당 의료인, 상담원 등이 가정폭력을 알게 된 경우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 신고의무를 위반했을 때의 구체적인 제재 조항이 정해져 있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 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재발방지를 위한 가해자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교육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의식 변화라는게 여성계의 공통된 의견. 한편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가정폭력방지법의 바르게 실행되는지를 감시하는 '가정폭력방지법 처리불만신고센터 (02 - 269 - 2962)' 를 운영할 계획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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