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훈훈함 담아 마음의 구조조정할 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며칠 전 어느 생물학자는 지구 스스로 '구조조정' 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기업.금융기관, 심지어 이제는 가정에서조차도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사까지 눈에 띈다.

일산 신도시 호수공원 옆길에는 가을의 상징인 코스모스가 초여름에 만발하여 지나치는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것도 우주가 구조조정을 하는 모습인가?

구조조정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우리의 의식이 먼저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구.국가.기업.가정보다 먼저 개개인의 마음이 따뜻해지면 정신적 여유를 누릴 수 있고, 그 속에서 편안한 생활과 행복이 이뤄질 것이며, 그러다보면 IMF한파도 좀 빨리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오늘을 산다.

언젠가 어깨가 뻐근하여 어느 한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계산을 하려는데 의료보험증만 달라고 했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개인부담을 면제해 준다는 것이었다.

어제는 또 자동차의 좌측 깜빡이 등이 들어오지 않아 수리점을 찾았더니 무료로 서비스를 해주었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훈훈함을 잃지 않은 마음들이어서 흐뭇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물질문명은 열렬히 추구하면서도 형상이 없는 정신문화는 소홀히 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사회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세상은 온통 '돈병' 이 들어 의리나 염치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고 너나없이 남의 잘못을 먼저 살피는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이제 권위와 체면보다는 이해와 사랑을 중하게 여기는 쪽으로 우리의 정신세계도 구조조정할 때가 된 것 같다.

자기 분수에 만족하여 편안한 마음을 찾고, 은혜를 발견하도록 노력함으로써 원망하는 마음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꾼다면 그거야말로 평화의 세상이 아닐까. 정신의 구조조정을 이룬다면 IMF한파는 분명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김성혜 교무(원불교 일산교당)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