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 25개사 9천억 이자연체…무더기 '신용불량'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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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리스사들이 무더기로 신용불량거래처로 지정될 위기에 처했다.

신용불량 여부를 가리는 금융기관이 신용불량거래처가 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관계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25개 리스사가 외화를 빌려 쓰고 갚지 않은 9천15억원의 이자연체액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이달중 신용불량거래처로 지정키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한일은행은 외화대출을 해준 개발.산업.국민.부산.기업 등 17개 리스사에 10일까지 이자연체액을 갚지 않으면 11일부터 황색불량거래처로 지정하겠다고 8일 전격 통보했다. 다른 은행들도 잇따라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황색불량거래처로 지정되면 신규 차입에 제한을 받게 돼 리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대외신인도도 추락해 리스사들이 최대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리스사들은 정부에 자금지원과 황색불량거래처 등록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이후 금리 상승으로 리스사들이 은행에 추가로 내야 하는 이자가 9천15억원인데 아직 안갚고 있다" 며 "정부로서는 실세금리가 올라간 만큼 리스사들이 이자를 더 내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리스사들은 갚을 만한 여력이 없고, 이에 따라 은행들은 연체이자가 급증하고 있어 양쪽 모두 곤혹스러운 입장" 이라며 "리스사들의 모은행이 알아서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고 밝혔다.

정부는 모은행들이 알아서 갚을 수 있으면 좋고, 못갚으면 부실 금융기관 구조조정 차원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리스사들이 속해 있는 여신전문금융협회는 은행감독원내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요청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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