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집행부 총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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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노조) 집행부가 노조 내부 갈등으로 총사퇴했다. 현 집행부는 차기 지도부가 구성될 때까지만 권한을 행사하기로 했다.

현대차지부의 장규호 공보부장은 16일 오후 울산의 노조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해모(사진) 지부장의 사퇴 의사를 확대운영위원회가 수용했다. 노조 규약에 따라 집행부의 다른 간부도 모두 사퇴한다. 조합원에게 혼란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사퇴 배경에 대해 장 공보부장은 “지부장은 노조를 끌고 갈 지도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이대로는 임단협 진행도 지난해 혼란(잠정합의안이 나온 직후 협상장 점거 농성이 벌어지고 노조 내부 갈등으로 1차 찬반투표도 부결)을 되풀이할 우려가 커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직 갈등과 관련해 장 공보부장은 “밝히기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윤 지부장은 자신을 포함한 현 집행부를 배출한 현장 조직인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와 갈등을 겪었다. 민투위는 현대차지부의 현장 조직 5~6개 가운데 하나로 9일 노사교섭을 주도해 온 조모 사무국장을 민투위에서 제명했다. 현대차 노사 문제의 고질 가운데 하나인 물량 이동(일감이 넘치는 공장에서 부족한 공장으로 일감 일부를 넘김)을 민투위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회사와 합의했다는 게 이유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말부터 3공장에서 생산해 온 아반떼 승용차의 주문이 넘치자 3월 말 일감 부족에 시달려 온 2공장에 넘기기로 합의했고, 지난달 6일부터 2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상당수가 민투위 소속인 3공장 대의원들은 여기에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지부는 18일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 체제로 남은 4개월간의 임기를 채울 것인지, 새 집행부를 선출할지를 논의하기로 했다. 22일께 대의원대회를 열어 향후 진로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민주노총 투쟁 동력 급감=윤해모 지부장의 사퇴로 새 집행부가 들어설 때까지 현대차 노조집행부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단체교섭과 쟁의행위(파업)가 새 집행부 선출 때까지 미뤄진다. 따라서 7월 초로 예정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총파업에 현대차 조합원은 빠진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의 전위부대로 노동 정국의 리트머스 역할을 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관계자는 “기아차나 GM대우와 같은 금속노조 산하 대부분의 노조가 현대차의 투쟁 뒤에 숨어서 힘을 보태는 모양새로 투쟁이 전개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벌어진 금속노조 투쟁이 현대차 노조의 투쟁 강도에 좌우됐다는 것이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이 올 들어 수차례 현대차를 방문해 파업 참여를 독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빠짐으로써 투쟁 수위는 급격히 떨어지게 됐다. 기아차나 GM대우 등 다른 금속노조 조합원의 참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노동부 권혁태 노사갈등조정과장은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올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총파업은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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